경찰 버스 옆에 경찰 방패와 헬멧이 놓여있다./장련성 기자

최근 폭증한 집회로 연속 근무에 시달리던 50대 경찰이 돌연사했다. 유족은 과로사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21일 오전 3시 7분쯤. 서울경찰청 6기동단 소속 김모(50) 경감이 경기 김포 운양동 자택에서 심정지 상태로 쓰러진 채 발견됐다. 그는 19일 오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이어진 ‘21시간’ 당직 근무를 마치고 귀가해 점심을 먹고 잠에 들었다가 깨어나지 못했다. 아내 이모(50)씨는 당직 후 돌아온 남편에게 밥을 지어 먹이고 20일 오후 3시쯤 아르바이트를 하러 외출했다가, 다음 날인 21일 오전 2시 40분 집에 와 쓰러진 그를 뒤늦게 발견했다.

아내 이씨는 “자고 있는 남편 방 문을 두드렸지만 반응이 없어 들어가 보니 남편이 죽어 있었다”라고 말했다. 평소와 다른 자세로 누워있었고 입과 코에서는 분비물이 나오고 있었는데, 아내 이씨는 “처음에는 남편이 시위 막다가 어디 맞아서 그런 줄 알았는데 얼굴을 만져보니 차가워 죽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김 경감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뇌출혈이 사인이라는 구두 소견을 냈다. 유족 측은 김 경감이 평소 별다른 지병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씨는 “남편 죽음이 날벼락같이 느껴진다. 추운 날에도 거리 위에서 근무하며 고생했을 것 같아 미안하다”라며 “탄핵 정국 전에는 비교적 규칙적인 근무 스케줄을 소화했는데 그 이후에는 예측 불가능한 근무 패턴이 이어지면서 남편이 스트레스를 받아 왔다”고 했다.

김 경감 친형(52)은 “휴무였는데 갑자기 출근하라는 통보가 내려오는 등 동생이 죽기 전 ‘상황이 너무 많고 길어져 체력에 부친다’는 토로를 가끔 했다”라고 했다. 유족 측은 김 경감의 죽음을 순직으로 볼 수 있는지 경찰에 알아봐달라고 요청할 방침이다.

23일 김 경감 빈소에서 만난 기동대 소속 경찰들은 “계엄 이후 근무 패턴이 뒤죽박죽이 됐다” “오전 7시에 출근해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26시간 근무할 때도 있었다” “출근하면 서로 ‘피곤하다’는 말을 달고 산다” 같은 말을 했다. 서울경찰청 소속 한 기동대 직원은 “전날 밤 늦게 퇴근했다가 집에서 3~4시간 눈만 붙이고 다음 날 오전 일찍 출근하면 기대마(경찰 버스)에서 졸거나 몰래 쪽잠을 잘 때도 있다”라고 말했다.

한 기동대 직원은 “언제 현장에 불려가고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자체가 스트레스”라고 했다. 김 경감의 사망 전 일주일치 근무표를 보면, 2월 13일 당직(25시간), 14일 비번, 15일(11시간 30분), 16일(13시간), 17일 대휴, 18일 근무(8시간), 19일 당직(21시간), 20일 비번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16일 근무는 당초 휴무였는데, 전날 급히 ‘상황 대비’로 바뀌었다고 한다. 사망 전 마지막 당직 때는 여의도 일대에서 거점 근무를 섰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사태에 따른 탄핵 정국이 수주째 이어지면서 체력 저하를 호소하는 경비 경찰이 많다. 기동대는 크게 집회·시위 관리에 투입되는 ‘상황 대비’와 미 대사관 등 주요 시설에 나가는 ‘시설 경비’로 업무가 나뉜다. 그런데 탄핵 정국 이후 집회·시위가 많아지고 길어지면서 ‘상황 대비’에 들어가는 경비 경찰의 근무 시간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서울경찰청이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소속 기동대 정원(약 5400명) 대비 집회 건수는 계엄 선포가 있었던 2024년 12월 534건을 기록했다. 직전 해 같은 달(2023년 12월) 476건보다 12% 증가한 것이다. 집회·시위에 투입된 기동대 수도 2023년 12월 932개 부대에서 작년 12월 1440개 부대로 54.5% 증가했다. 또 서울경찰청 경비경찰의 지난해 12월 1인당 초과근무 시간은 78시간이었는데, 이는 그 전년도 12월에 비해 약 18%(14시간) 는 것으로 집계됐다.

길어진 근무 시간뿐만 아니라 높아지는 집회·시위의 난도도 경비 경찰이 체력적 문제를 호소하는 원인 중 하나다. 경찰청이 국회에 낸 자료를 보면, 서부지법 폭력 사태 당시 다친 경찰관은 51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중상자는 7명이다. 영장 발부 전인 지난달 18일 법원 일대 시위 등을 막다 34명(중상 3명), 영장 발부 후인 19일 새벽 법원 침입 등을 저지하다 17명(중상 4명)이 다쳤다.

서부지법 난동 사태 때 경비 업무에 투입됐던 한 경감급 인사는 “집회·시위가 많고 규모가 커지는 것도 힘들지만, 최근에는 질적으로도 점점 과격화하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어 현장에 나갈 때마다 부담감을 크게 느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