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무관 승진 심사 대상자인 A 총경은 최근 무궁화를 연상케 하는 오각형 모양의 빵을 동료에게서 선물로 받았다. 주먹 크기의 둥근 빵 다섯 개가 동그라미로 붙어 있는 모양인데, 경찰들 사이에선 ‘경무관 빵’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경무관 계급장인 ‘태극무궁화(중앙에 무궁화가 있고 둘레에 같은 무궁화 5개를 5각으로 연결)’와 닮은 모습이기 때문이다. A 총경은 “빵 기운을 받아서 꼭 승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미 경무관으로 승진한 B 경무관도 최근 이 빵을 받았다. 그는 “2년 전 총경 때 받았어야 효험이 있었을 텐데 아쉽다”며 웃었다.
‘경무관 빵’은 서울경찰청에서 약 350m, 경찰청에서 약 2㎞ 떨어진 C제과점에서 판다. 43년째 제과제빵업에 종사하고 있는 대한민국제과기능장 김용현씨가 20년 전 개발한 빵이다. 공식명(?)은 ‘크레존’이다. 이 베이커리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다. 채소와 옥수수를 넣은 둥근 빵을 무궁화 모양으로 이어 붙였다. 김씨는 “기름에 튀긴 고로케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개발한 일종의 구운 고로케”라며 “요즘 들어 근무복을 입고 온 경찰관이 많이 사 갔다. 평소 판매량(20~30개)보다 30% 정도 더 많이 팔리고 있다”라고 했다.
최근 경찰청과 서울경찰청 직원들 사이에서는 ‘경무관 빵’을 선물하는 것이 유행이라고 한다. 태극무궁화를 닮은 모양의 빵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승진을 빌어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올해 경찰 인사는 여태 감감무소식이다. 통상 전년도 연말부터 시작하는 경찰 인사가 이번에는 2월 중순이 넘도록 낌새가 없다는 것이다. 경찰청에 근무하는 한 경정은 “작년 인사 때부터 승진 심사 대상자에 올랐는데 가부를 모르는 채로 기다리기만 하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인사가 이렇게 늦어지는 것은 비정상적이고 전례가 없다”라고 했다. 다른 한 경정은 “경찰 조직 자체가 본래 승진 지상주의적인 면이 있는데, 이게 쭉 해소가 안 되니 답답한 상황”이라고 했다.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경찰 수뇌부가 공백이 된 것이 이런 인사 지체를 불러일으켰다고 경찰들은 입을 모은다. 경찰은 현재 인사 결정권을 가진 청장이 구속돼 이호영 차장의 ‘청장 직무대리’ 체제로 꾸려졌다. 여기에 총경 이상 인사에 대한 제청권을 갖는 행정안전부 장관도 비상계엄 사태로 스스로 물러나면서 ‘장관 직무대행’으로 운영되고 있다. 인사를 책임지고 단행할 리더십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서울경찰청의 한 경정은 “장관 직무대행도, 청장 직무대리도 시국이 돌아가는 상황을 보느라 인사를 결단하지 못하는 것 같다. 동료들 사이에선 ‘바지 사장 같다’는 말도 나온다”라고 했다.
‘대리’와 ‘대행’이 인사에 주저하면서 경찰 사기는 떨어지고 있다. 서울경찰청 소속 한 경감은 “보통 지금쯤이면 인사가 다 끝나고 새로운 팀에서 그해 계획을 세우고 할 텐데, 지금은 5월 전보설, 6월 전보설까지 나오는 상황”이라며 “아마 현재 경찰 전(全) 조직이 ‘레임덕 오브 레임덕’ ‘초(超)레임덕’ 상태일 것”이라고 했다. 특히 ‘윗선’의 책임과 지지가 필요한 프로젝트는 사실상 멈춰선 상태라고 한다. 경찰청의 한 계장급 경찰은 “승진이든 전보든 인사가 나오기 전까지 모두가 개점 휴업인 상태로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경찰은 이날 경정 이하 승진자 선정 심사 선정에 착수한 것을 시작으로 이번 주 내 경무관 승진 인사까지 확정해 발표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