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1.6%)이 3년 6개월 만에 1%대에 진입했지만 배추(53.6%), 무(41.6%) 등 채소류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5% 올랐다. 시민들은 1%대 물가 상승률을 체감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2일 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가격 정보(KAMIS)에 따르면 9월 적상추 100g의 소매 판매 가격은 2139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 1656원보다 29% 올랐다. 적상추는 지난 4월만 해도 100g에 829원이었다. 시금치와 다다기 오이 가격도 급등했다. 시금치 100g 가격은 작년보다 58% 올라 3732원을 기록했다. 지난 4월 가격(704원)과 비교하면 5배 이상으로 뛰었다. 다다기 오이도 작년에 비해 약 22% 올랐다. 상추와 더불어 대표적인 쌈 채소로 꼽히는 깻잎은 장당 100원에 육박하면서 ‘금깻잎’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채소가 고기보다 비싸다”고 한숨을 쉰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보쌈집을 운영하는 지연군(63)씨는 얼마 전부터 쌈 채소에 알배추와 상추를 반씩 섞기 시작했다. 최근 알배추 시세가 포기당 2만원이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상추도 출혈을 감내하고 한 박스에 14만원이나 주고 사 왔지만, 보쌈에 배추를 싸 먹는 걸 선호하는 몇몇 손님들은 상추를 주니까 화를 낸다”고 했다.
채소 반찬을 줄이거나 리필을 요구하는 손님들에게 추가 비용을 받기도 한다. 충남 홍성에서 추어탕집을 운영 중인 이모(65)씨는 “시금치 등 나물 밑반찬을 제공하기 어려워 멸치 볶음과 어묵 볶음으로 대체하고 있다”며 “겨울에 쓰려고 얼려뒀던 봄나물을 미리 꺼내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유모(40)씨는 “손님들이 상추를 더 요구하면 추가 요금 2000원을 받는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채소 가격이 급등한 원인으로 이상기후로 인한 올여름 폭염의 장기화를 지목하고 있다. 더위가 계속되며 농가의 작황이 부진해지자 농수산물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난여름에 고온 현상이 지속되면서 고랭지 재배 농가부터 비닐하우스 농가까지 작황이 모두 좋지 않았다”며 “이상기후에 대응해 작물 재배와 공급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정부가 종합 대책을 세워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