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각 구장을 누볐던 제시 린가드(FC서울)가 한국 축구장 잔디를 두고 “심각한 수준”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은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32라운드 홈 경기에서 수원FC에 1대0 승리를 거뒀다. 후반 21분 린가드가 왼쪽에서 올린 코너킥을 일류첸코가 방향만 바꾸는 헤더로 마무리해 결승골을 넣었다. 일류첸코에게는 시즌 14호 골이었고, 린가드는 시즌 첫 도움을 올렸다.
이날 경기의 화두 중 하나는 잔디 상태였다. 최근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포함한 국내 주요 축구장은 잔디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5일 A매치를 소화했던 국가대표 주장 손흥민(토트넘)은 “경기력과 직결되는 문제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쓴소리했다.
이후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여러 차례 복구 작업을 했지만 여전히 잔디 상태는 좋지 못했다. 흙이 고스란히 보이고 지면이 고르지 못할 정도였다. 선수들이 불규칙 바운드에 공을 놓치고 방향을 꺾으려다 넘어지는 상황도 자주 연출됐다.
린가드는 경기장 잔디 상태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마자 얼굴을 찌푸리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는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며 “사실 훈련장 상태도 굉장히 안 좋고 경기장 상태도 굉장히 좋지 않다”고 했다. 이어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내가 볼을 잘 잡아야 된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었다. 볼이 잘 올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여기서는 다음 플레이를 생각하기 전에 볼부터 잡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컨디션이다. 좋은 퀄리티가 나올 수가 없는 환경”이라고 했다.
린가드는 또 “선수들끼리는 서로 핑계 대지 말자고 하지만 환경 자체는 굉장히 실망스럽다”며 “서울이 정말 멋진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계속해서 좋은 축구를 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좋은 컨디션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경기 결과에 대해 핑계 대고 싶지는 않다”며 “환경이 좋아진다면 우리는 훨씬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양 팀 사령탑들도 잔디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했다. 서울의 김기동 감독은 “팬들에게 인사하러 그라운드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며 “선수들이 안 다친 게 다행”이라고 했다. 이어 “환경이 열악해 좋은 퀄리티의 경기가 나오기 힘들었다.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야 하는데, 정말 아쉬울 따름”이라고 했다.
수원FC의 김은중 감독 역시 “잔디만 좋았다면 골을 넣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털어놨다. 그는 “안데르손이 좋은 기회를 맞았지만 불규칙 바운드가 워낙 커 찬스를 놓쳤다”며 “우리뿐 아니라 서울도 잔디가 경기력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경기력을 위해 모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올해 1~8월 축구 경기와 연예인 콘서트 대관 등으로 82억원의 수익을 올렸으나 잔디 관리에는 2억5000만원만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축구협회는 10월 15일 열리는 이라크전을 서울월드컵경기장 대신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치르기로 했다. 서울시는 내년부터는 ‘그라운드석 판매 제외’를 조건으로 콘서트 등 문화행사 대관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