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공촌동 '미추홀 사격장'이 철조망과 자물쇠로 굳게 닫혀 있다. 한 건설회사가 이 사격장의 "철조망 등을 철거하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수도군단 측은 "통행권을 보장하라"고 맞소송 중이다. /김도원 인턴기자

인천 서구 공촌동에 있는 ‘미추홀 사격장’을 둘러싸고 군(軍)과 건설회사가 수년째 다투고 있다. 이 사격장은 수도군단 예하 30여 개 부대가 이용하는 곳으로, 2003년부터 1년에 200일 정도 사격 훈련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미추홀 사격장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2018년 A건설사가 인근 토지 5만9000여㎡를 사들이면서 사격장이 고사(枯死)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A사는 당시 사격장을 제외한 주변 토지를 경매로 사들였는데, 여기에 사격장 입구 도로와 계단 등이 포함됐다. A사는 먼저 사격장 정문 앞에 쇠말뚝을 박고 차량 출입을 막았다. 군 장병들은 샛길이나 산길을 걸어 사격장을 드나들 수는 있었지만, 사격 훈련 시 반드시 필요한 앰뷸런스가 출입할 수 없게 돼 훈련에 차질이 생겼다고 한다. A사 측은 또 사격장 바로 옆에 공원을 만들고, 이를 일반에 개방해 사격 훈련이 취소되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찾아간 미추홀 사격장은 입구를 찾기가 어려웠다. 사격장 바로 옆에 산책로가 있고, 길 양쪽으로 꽃밭이 조성돼 있어 평범한 공원 모습이었다. 산책로 중간쯤엔 ‘엘리체 농원’ ‘무료 개방’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고, 산책로 끝엔 ‘무더위 쉼터’라는 푯말과 함께 벤치도 놓여 있었다. 의자에 앉으니 사격장이 훤히 내려다보였다. 전망대 같았다.

그래픽=송윤혜

A사는 2022년 수도군단 측에 “무단 점유한 토지(통행로와 출입구)를 인도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작년엔 사격장 통로에 “사격장을 없애라”며 ‘주민참여연대’란 이름을 내건 사무소도 차렸다. 하지만 이 사격장 반경 1㎞ 내에 민가는 2가구뿐이고, 이 주민들은 A사 때문에 거주가 어렵다고 했다. 40년 넘게 사격장 인근에서 살았다는 김모(69)씨는 “건설사에서 차량 통행을 막아 노모를 직접 업고 큰길까지 오가야 했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건설사가 토지 경계도 안 알려주면서 자신들 땅을 침범했다고 무조건 나가라고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수도군단 측은 “사격장으로 향하는 통행로가 A사 소유 토지 위에 있지만, 군은 사격장을 오갈 수 있는 통행권이 있다”고 주장하며 맞소송을 냈다. 수도군단 관계자는 “(미추홀 사격장은) 군이 국가 안보를 위해 훈련하는 곳인데 사기업이 악의적으로 출입을 방해하고 훈련에 제한을 두니 안타깝다”고 했다. 군 장병들은 현재 인천 지역의 다른 사격장으로 옮겨 훈련을 하고 있다.

A사 측은 “사격장 인근 매입 부지에 산림욕장을 조성할 계획”이라며 “사격장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군이 무단 점유 하고 있는 땅을 비켜달라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