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차바이오컴플렉스에 있는 차병원 글로벌 난임 트레이닝 센터에서 연구원들이 모니터를 통해 정자 채취 후 선별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40대 여성의 난임 시술을 통한 출산이 늘었다. /차병원

25세에 아이를 낳은 A(29)씨는 유치원 학부모 모임에 가보고 깜짝 놀랐다. 40대 이상 엄마가 대부분이었고 자신이 가장 어렸기 때문이다. A씨는 “엄마들이 ‘왜 이렇게 아이를 일찍 낳았냐’고 묻더라”며 “아이 친구 엄마들과 잘 못 어울려서 고민”이라고 했다.

지난해 40대 초반 여성의 출산율(1000명당 출생아 수·7.9명)이 20대 초반(3.8명)의 두 배를 넘으면서 ‘40대 출산’이 더 이상 일부 산모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보편화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과거엔 위험하게만 인식됐던 40대 임신·출산이 늘어난 데는 결혼 연령이 늦춰진 영향이 가장 크다. 하지만 이와 함께 여성들의 건강과 정부 정책의 변화도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그래픽=김하경

①건강해진 40대

질병관리청은 35세 넘은 여성은 ‘고위험 임신부’로 분류한다. 임신이 본인이나 배 속 아기에게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나이가 많은 데다 만약 흡연을 하거나 당뇨병·비만 등 질병까지 있으면 임신이 더 위험하다. 그런데 최근엔 이런 질병을 가진 40대 여성은 줄고 건강한 40대가 늘고 있다. 이런 점도 ‘고령 임신’을 증가시켰다는 분석이다.

질병청 국민 건강 통계에 따르면, 2022년 40대 여성 중 흡연자와 당뇨병 환자, 비만인 사람은 10년 전보다 모두 줄었다. 담배 피우는 40대 여성은 2013년 6.2%에서 2022년 3.8%로 감소했다. 당뇨병을 앓는 40대 여성도 같은 기간 5.2%에서 3.3%로 줄었다. 임신한 여성이 당뇨병에 걸리면 배 속 아기가 4kg 이상으로 커져 출산 때 제왕절개 수술을 받을 가능성이 높고, 심하면 아기가 배 속에서 사망할 수 있다.

지나치게 많이(권장 열량의 1.25배 이상) 먹는 40대 여성도 13.6%에서 8%로 대폭 줄었다. 비만은 고혈압 등 합병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 대표적인 고위험 임신부 기준이다.

반면 운동을 즐기는 여성은 늘었다. 일주일에 이틀 이상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등 근력 운동을 하는 40대 여성은 13.1%에서 15.6%로 늘었고,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40대 여성도 33%에서 36.9%로 늘었다.

②확 줄어든 난임 시술 비용

난임 시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된 것도 40대 출산율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꼽힌다. 난임 시술은 2017년부터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비용이 뚝 떨어졌다. 건보에서 70%를 내준다. 체외수정(시험관 시술)은 보통 1회당 300만원 정도인데, 건보 적용으로 지금은 90만원 정도만 내면 된다. 뿐만 아니라 건보 혜택 대상도 44세 이하에서 2019년 모든 여성으로 확대했다. 나이 제한이 사라지니 40대 후반 여성도 난임 시술을 받게 된 것이다. 현재 한 사람이 체외수정 20회, 인공수정 5회까지 건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난임 시술 건보 적용이 시작된 이듬해인 2018년 40대 여성이 받은 난임 시술은 총 8만8159회였는데 지난해 21만5991회까지 늘었다. 전체 여성 난임 시술에서 40대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2018년 23.3%에서 지난해 34%로 올랐다. 난임 시술 3건 중 1건을 40대 여성이 받은 셈이다.

전종관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결혼하는 나이는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예전 같았으면 나이가 많아서 쉽게 임신을 못 했던 사람들이 난임 시술로 임신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했다.

기술 발달로 고령 임신 성공 가능성도 커졌다. 여성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수정란의 염색체가 비정상일 확률이 높아진다. 비정상 수정란을 이식하면 유산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최근엔 수정란을 자궁에 이식하기 전에 유전자를 미리 검사해 비정상 여부를 가리는 게 보편화됐다. 건강한 수정란만 이식해서 임신 성공 확률을 높인 것이다.

③늘어난 다자녀 혜택

다자녀 가구 혜택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나라는 18세 미만 자녀가 2~3명 이상 있는 다자녀 가구에 주거·교육비를 지원하고, 공공요금·세금을 깎아준다. 이런 혜택이 아이를 더 낳을까 고민하던 부부들이 늦둥이를 결심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신봉식 대한분만병의원협회 회장은 “결혼이 늦어지고 난임 시술이 늘어나 40대 산모가 늘어난 것도 있지만, 다자녀 가구 혜택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한 달에 약 100명의 아기를 받는데, 이 중 7%가량은 40대 여성이 낳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