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제가 그린 그림 봐 주세요.” “선생님, 이가 블록탑을 저렇게 높게 쌓았어요.”
10일 경기 고양 성저초 3학년 1반.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웃고 있는 담임 교사 바수데비(29)씨의 모습은 여느 선생님과 똑같았다. 그는 인도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한국 태생의 한국인이다. 그래서 자신에게 붙는 ‘다문화 교사’라는 딱지가 그리 반갑지는 않다고 했다. “저는 ‘그냥 선생님’이라고 생각해요.”
“어린 시절 저는 전형적인 한국 모범생으로 자랐어요. ‘다문화 학생’이라는 정체성도 별로 없었죠.” 외국어고등학교와 교대를 졸업한 그가 교사가 된 이유 역시 다른 교사들과 다르지 않다. 아이들을 좋아했고, 친구들 공부를 도와주는 일이 즐거웠다. 바수씨는 2018년 교사 발령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다문화 교육에 이바지하겠다는 사명감은 달리 없었다. 자신이 만날 학생들을 최선을 다해 가르치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한다.
그랬던 바수씨가 다문화 교육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초임 교사 시절 교과서 속 “피부색으로 차별하면 안 된다” “한국어를 못 한다고 따돌리면 안 된다”는 지시어들을 접하면서였다. 그는 “이런 표현은 주어를 ‘한국인인 우리’로 상정하고 다문화 학생들을 타자화하는, 시혜적인 문구”이라고 했다. 바수씨는 학생들에게 ‘~하지 말라’ ‘~해라’라고 지시하는 대신 수업 중에 자연스럽게 다양한 나라의 예시를 학생들에게 보여줌으로써 다문화 학생을 포함한 모든 학생의 참여를 이끌었다.
바수씨는 다문화 학생 입학 상담을 도맡고 있다. 그는 “인도뿐 아니라 베트남·중국 등 다문화 학생도 제가 상담하러 들어가면 안도하는 눈빛”이라며 “아무래도 편견 없이 대해줄 것이란 기대가 있더라”고 했다. 세계 각국의 음식 문화나 인사 예절을 공유하는 수업도 다문화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다. 필리핀·러시아 출신 학생들이 자국의 레촌(필리핀식 새끼 돼지 통구이 요리), 스트로가노프(러시아식 쇠고기 국물 요리) 같은 음식을 소개할 때는 그렇게 신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2021년 말레이시아의 한 학교와 온라인으로 교류하며 현지 학생들이 추천해준 ‘나시르막(코코넛 밀크로 지은 쌀밥 요리)’을 직접 학생들과 만들어 먹었던 일도 즐거운 추억이다.
‘다문화 학생은 어떻게 상담해야 하느냐’고 묻는 교사가 많다. 바수씨는 “우리 반에도 다문화 학생이 3명 있지만, 나는 친밀감이 형성되기 전에는 학생들에게 ‘너 다문화지? 선생님도 다문화야’라며 접근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그는 다문화 학생들이 먼저 친구 관계나 집에서 있었던 시시콜콜한 사건 등을 먼저 이야기할 때까지 기다린다고 한다. “주류 한국 사회는 다문화 학생들을 바라보며 ‘한국어 학습 어려움’ ‘피부색 등을 이유로 한 따돌림’ 같은 것만 떠올리지만, 다문화 학생들도 친구·가족·학업이 주 관심사인 보통 학생이라는 사실을 가장 중요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바수씨는 “다문화 학생도 학생마다 성향이 다르고, 학업 성취도나 경제 수준도 다르다”며 “다문화라는 획일적인 틀로 뭉뚱그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존재’로서 학생을 대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