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텐트를 설치했다는 사연이 전해지면서 공용공간 무단 점유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됐다. 앞서 과거에도 아파트 놀이터나 주차장 등 공용공간에 텐트를 둬 입주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사례가 알려져 온라인상에서 논쟁을 일으켰으나, 당시 전문가 사이에선 단순히 적치만으로는 법적 처벌이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공용공간 무단 점유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된 건 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입주민 A씨가 ‘살다 살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텐트 친 건 처음 본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다.
A씨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차량 보러 내려갔는데 이게 웬걸, 큰 텐트가 쳐져 있는데 압도적 크기에 내가 뭘 잘못 봤나 싶었다. 사이즈도 사이즈거니와, 안에 침낭도 있고 모기향 피운 흔적까지 있다”며 “텐트 주위에서 모기향 냄새 엄청 많이 난다. 주차장 2칸이나 차지하고 이게 대체 뭐냐”고 했다.
A씨가 첨부한 사진을 보면, 실제로 텐트 하나가 한 칸 이상을 차지한 채 설치되어 있다. 주차장에 차량이 가득 들어차 있지는 않고, 텐트 주변을 비롯해 여러 칸이 비워져 있는 상태다.
온라인상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일부 네티즌은 “왜 자꾸 차량 세워두라고 만든 공간에 다른 걸 갖다 놓는 거냐” “매연도 가득하고 환기도 안 될텐데 왜 굳이 주차장에 텐트를 쳐 놓냐” “뭔데 공용공간을 더 차지하나” 등 비판한 반면, “어차피 주차장 공간 많이 남는데 뭐가 문제냐” “주말 내내 비 왔으니 잠시 말리려고 쳐 놨을 수도 있지 않느냐” 등 이해된다는 반응도 있었다.
아파트 공용공간을 용도 외 목적으로 사용해 온라인상에서 논란을 일으킨 경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2년 7월에도 A씨 사례와 마찬가지로 한 입주민이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텐트를 설치해 온라인상에서 논쟁이 촉발됐다.
같은 해 8월엔 아파트 공용공간 중 하나인 놀이터에 텐트를 말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네와 미끄럼틀 등 놀이터 전체에 걸쳐 텐트를 널어놓은 탓에, 당시엔 비난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처음 이를 제보한 네티즌 역시 “캠핑 민폐들, 이건 선 넘었다”며 “애들은 어디서 노냐”고 분노했다.
현행법상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복도·계단·주차장 등 공용공간을 개인이 점유해 독점적으로 쓰는 행위는 위법으로 간주한다.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에 따르면 아파트 공용공간은 구분소유자 전원의 공유에 속하기 때문에, 한 입주자가 정당한 권리 없이 공용공간을 무단으로 점유·사용했다면 다른 입주자 권리를 침해하면서 부당이득을 얻은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로고스의 권형필 변호사는 놀이터 무단 점유가 논란이 됐을 당시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용 부분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무단으로 독점 사용했을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인정되고, 나아가 공용공간이 훼손됐을 경우 손괴죄 역시 성립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공용공간이 훼손되지 않고, 물건을 일시적으로 적치해 둔 거라면 법적 처벌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권 변호사는 “텐트를 널어둔 것만으로는 손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이 경우엔 민사상 책임을 따져볼 수 있는데, 민사상 철거 청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공용공간을 지속해서 독점 사용해 타인의 이용을 방해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용공간에 텐트를 널어 놓는 것 정도의 일시적 사용 제한으로는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힘들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