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묘’ 중 대살굿 장면. 굿하는 무당 화림(김고은) 뒤로 돼지 사체 5구가 나란히 기둥에 꽂혀있다. /쇼박스

‘파묘’ 제작진이 영화에서 돼지나 소를 잡아 제물로 바치는 ‘대살굿’을 연출하면서 CG(컴퓨터 그래픽)가 아닌 실제 돼지 사체를 활용한 것으로 19일 나타났다. 동물권단체는 “죽은 동물도 촬영 소품이 돼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파묘 제작사인 쇼박스는 전날 동물권단체 카라에 보낸 답변서에서 영화 속 대살굿 장면에서 나온 돼지 사체 5구가 모형이었는지 등을 묻는 카라 측 질의에 “축산물을 정상적으로 유통하고 거래하는 업체를 통해 기존에 마련된 5구의 돼지 사체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쇼박스는 이어 “영화적 표현으로 필요한 부분은 미술 연출 등이 추가됐다”며 “촬영 이후에는 해당 업체에서 회수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했다. 쇼박스는 또 “영화상 표현을 위해 필요한 일부 장면에서는 살아있는 동물이 출연했고, 여우 등 촬영과 훈련이 불가한 야생동물 등 일부는 CG로 처리됐다”고도 했다.

파묘에는 무당 화림(김고은)이 동물을 죽여 신에게 바치는 대살굿 장면이 나온다. 이미 죽은 상태의 돼지 5마리가 신에게 바쳐질 대상으로 나오고, 화림은 그것들을 칼로 난도질한다. 닭 등 굿판을 연출하는 과정에서 으레 굿에 쓰이는 동물도 나왔다. 영화 후반부 무덤에서 나온 ‘험한 것’을 유인하는 과정에선 날생선 은어가 사용됐다.

쇼박스는 이와 관련 “동물이 출연하는 장면에 있어서는 관리 주체의 지도 하에 지시를 받으며 촬영을 진행했다”면서도 “다만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품으로 등장했던) 은어 일부가 죽게 된 점에 대해서 유감의 뜻을 전한다”고 했다.

카라는 쇼박스 답변을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하면서 “죽은 동물도 촬영 소품이 돼서는 안 된다”며 “아무리 식용 목적으로 도축됐더라도, 오락적인 이유로 다시 칼로 난도질하는 것이 생명을 대하는 인간의 합당한 태도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