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제71차 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4.1.23/뉴스1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1950년 6·25 전쟁을 전후로 북한 인민군과 빨치산, 지방 좌익 세력에 의해 종교인 1700여 명이 학살된 사실을 처음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이날 “1952년 공보처 통계국이 작성한 ‘6·25사변 피살자 명부’와 교회·교단 기록을 토대로 인민군 등에 의해 희생된 종교인 1700여 명의 명단을 파악했다”고 했다. 진실화해위는 이들 중 1950년 7~11월 전북 군산·김제·정읍 등 8개 지역 24개 교회에서 104명이 살해된 사실을 현장 조사 등을 통해 확인했다. 남침했던 북한 인민군이 국군·유엔군의 반격으로 퇴각하던 1950년 9월 무렵 전체 조사 대상자 104명 중 60명이 희생됐다고 한다. 군산 지역 학살 규모가 28명으로 가장 컸다. 희생자 중에는 ‘국내 제1호 변호사’인 홍재기 변호사와 윤석구·백형남 제헌 국회의원 2명도 포함됐다. 정읍에서는 빨치산이 교회와 교인의 집을 불태우고 불길에서 빠져나오는 사람을 찌르는 수법으로 아이·노인 20여 명을 살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실화해위는 기독교인이 1945년 해방 후 우익 단체에서 활동하거나 대거 월남했다는 이유로 좌익에 비협조적인 세력으로 규정됐다고 분석했다. 6·25 전쟁 당시 한국을 점령한 지역 인민위원회가 선전·군중집회 장소로 예배당을 이용하면서 갈등이 빚어졌고, 교인들이 미국 선교사와 가까웠다는 점도 학살 배경으로 지목됐다. 북측이 이들을 ‘친미 세력’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진실화해위는 북한 정권에 사과를 촉구하고,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공식 사과도 요구하라고 국가에 권고했다. 피해 회복과 추모사업 지원도 해야 한다고 했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전북 지역 희생 사건 진실 규명을 시작으로 6·25 전쟁 당시 전국적으로 발생한 종교인 희생 사건을 종교·지역별로 분류해 조사 결과를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6·25 전쟁 무렵 기독교·천주교·천도교·유교·불교·원불교 등 종교인이 희생됐다는 사실을 파악했고, 지난 2022년 5월부터 직권 조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