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대강당 앞에 700여명 모여 - 4일 오후 이화여대 재학생과 졸업생 700여 명이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 앞에 모여 ‘이대생 성상납’ 발언을 한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경기수원정 국회의원 후보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박상훈 기자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경기수원정 국회의원 후보의 ‘이화여대생 성상납’ 발언 후폭풍은 4일에도 계속됐다. 이대 졸업생·재학생 700여 명은 이날 오후 5시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 앞 계단에 모여 규탄 대회를 열고, 김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여성 단체들의 항의도 이어졌다. 이날 김 후보의 또 다른 성적(性的) 논란 발언도 공개됐다.

이대 졸업생·재학생들은 ‘김준혁, 사퇴로서 사죄하라’ ‘역사 폄하 김준혁 당장 사퇴하라’ 등의 손 피켓을 들고 규탄 대회에 나섰다. 이명경 총동창회장은 “김 후보의 발언은 이화의 역사를 폄하하고 재학생·동창생 모두에게 극심한 모욕임과 동시에 이 나라 여성 전체에 대한 성차별적 혐오”라며 “이화 동창은 김 후보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강력히 요구하며, 사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참석자 대부분은 항의의 의미에서 검은색 옷을 입었다. 규탄 대회는 졸업생·재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열었다고 한다.

60개 여성 단체로 구성된 ‘찐(眞)여성주권행동’도 이날 오전 11시 경기 수원시 영통구 김 후보 선거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 사죄를 촉구했다. 이 단체는 “김 후보는 막말 이후에도 사죄의 말 대신 자기 말이 관용적 표현일 뿐이라며 여성 유권자들을 우롱했다”고 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경기남부경찰서를 찾아 김 후보를 명예훼손 및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또 다른 여성 단체인 한국여성단체협의회도 5일 오후 2시 김 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가 된 김 후보의 발언은 2022년 8월 14일에 나왔다. 김 후보는 나꼼수 출신 김용민씨의 유튜브에서 “전쟁에 임해서 나라에 보답한다며 종군 위안부를 보내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한 사람이 (이화여대 초대 총장) 김활란”이라며 “미 군정 시기에 이화여대 학생들을 미 장교에게 성상납시켰다”고 했다. 김 후보는 지난 2일 이대가 공식 입장문을 내며 항의하자 “정제되지 못한 표현으로 이대 재학생, 교직원, 동문의 자긍심에 상처를 입힌 점에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계속된 이대와 여성계의 항의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 후보는 조선의 마지막 왕인 ‘고종’ 관련 발언으로도 논란이 됐다. 그는 지난 2017년 유튜브에 출연해 “고종이 그렇게 여자를 밝혔어. 그래서 고종이 나라를 망친 거야”라며 “밤만 되면 매일같이 새벽 4~5시까지 파티를 하고 오후 늦게 일어나서 업무 보고 밤마다 또 파티를 하고”라고 했다. 고종의 장증손인 이준 황손은 의친왕기념사업회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가 이런 역사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에 개탄을 금치 못하며, 사과가 없다면 사퇴를 요구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의 또 다른 성적 논란 발언도 공개됐다. 김 후보는 작년 12월 유튜브 ‘서울의 소리’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을 연산군에 빗댔다. 그는 “연산군 시절에 XXX(배우자 교환 성행위)이 그렇게 많이 있었다”며 “자기 남편들을 승진시키려 궁에 남아서 계속해서 연산군과 성적 관계를 맺는 고관 대작들의 부인이 한둘이 아니었다”고 했다. 사회자가 ‘윤석열이 그랬다는 건 아니지만’이라고 말하자, 김 후보는 “유사하죠. 유사하죠”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