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도현이법’ 개정을 위해 국민동의청원을 시작한 지 1년 조금 더 지난 지금, 국회에서 여야 가리지 않고 5번에 걸쳐 대표 발의를 했음에도 마지막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 이상훈씨는 26일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이처럼 호소했다.
사건의 시작은 2022년 12월이다. 강릉시 홍제동에서 할머니가 손자 도현군을 태우고 SUV 차량을 몰던 중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해 할머니가 크게 다치고 도현군이 숨졌다. 아들을 잃고, 그 아들을 사망케 한 피의자로 어머니가 조사받는 상황에 놓인 이씨는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결함 원인 입증 책임을 제조사 측으로 전환해 달라”는 취지의 청원을 올렸다.
이 글에 5만 명이 동의하면서 이른바 ‘도현이법(제조물 책임법 일부법률개정안)’ 제정을 위한 발판이 마련됐으나 답보 상태다.
이씨는 “21대 정기 국회 일정은 모두 끝났지만 아직 남은 2달여 기간 중 국회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로 임시국회 및 본회의 개회가 가능한 걸로 알고 있다”며 “급발진 공포에 시달리지 않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서라도 현 국회의원분들이 임기 마지막까지 제대로 일해주시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했다. 이어 “산업계 영향력, 제조사의 눈치 보지 마시고 정말 국회의원분들이 국민들을 생각해 바쁘게 움직인다면 충분히 제조물책임법 개정, 통과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씨는 현재 국회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향해 “지난 대선 때 소비자를 위한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민주당이 도현이법 제정에 대해 더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못한 것에 대해 매우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또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향해 “급발진 피해자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결함을 입증하지 못해 누명을 뒤집어쓰는 현실을 바꾸려는 도현이법 제정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는 게 실망스럽다”고 했다.
이씨는 “급발진 공포와 제조사의 이권 앞에 힘없는 국민들이 울분을 토하고 있다”며 “21대 국회에서 국민동의 청원이 폐기된다면 저는 또다시 국민동의 청원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회의원들에게 “아직 골든타임이 2개월 정도 남았다”며 “임기 만료 전까지 국민을 위한 정책인 제조물 책임법 개정이 반드시 이뤄질 수 있도록 간곡히, 간곡히 호소한다”고 했다.
이씨 가족은 차량 제조사를 상대로 약 7억6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제기하며 이번 사고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민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씨 측은 충돌 전 차량 모습이 찍힌 CCTV 영상에서 ‘메인 제동등’의 점등이 선명하게 관찰되는 점 등을 근거로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차량 결함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재판부 역시 급발진 현상이 일어나기 직전 차량 좌우에 메인 제동등이 점등된다는 점은 인정했다. 반면, 보조 제동등은 점등이 되지 않았다고 봤다.
이에 대해 제조사 측은 “충돌 관성에 의해 메인 제동등이 들어온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