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서울 관악구 서울대 사무실에 80대 여성 A씨가 종이 쇼핑백을 품에 안은 채 찾아왔다. 쇼핑백에는 5만원권짜리 신권이 빽빽이 채워져 있었다. A씨는 직원에게 “서울대의 어려운 학생을 위해 기부하고 싶다”며 쇼핑백을 건넸다. 사전에 서울대 측엔 전화도 한 통 하지 않았다고 한다.
23일 서울대 측에 따르면, A씨는 서울대와 특별한 연고가 없었다. 그런 A씨가 서울대에 기부를 결심한 건 그가 넉넉지 않은 유년기를 보냈기 때문이다. 뛰어난 자질을 가졌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학업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눈에 밟혔다고 한다. 그는 “서울대와 연고는 없지만 절약하고 모아가며 마련한 돈”이라며 “다른 이유가 아니라 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들만은 없으면 좋겠다”고 했다.
A씨가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은행에 찾아오는 ‘해프닝’도 있었다고 한다. 80대인 A씨가 한 번에 5000만원이나 되는 금액을 현금으로 찾겠다고 하자 은행 직원이 A씨를 보이스피싱 피해자로 오해하고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A씨는 도착한 경찰에게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기부하러 가는 길”이라고 해명하고 나서야 돈을 인출할 수 있었다고 한다.
A씨는 서울대에서 기부자에게 전달하는 감사패는 물론 여러 기부 혜택도 거부한 채 기부금만 남긴 채 떠났다고 한다. 서울대는 기부자들을 대상으로 초청 음악회, 전시회를 연다. A씨는 “그런 것까지 아껴서 더 많은 학생을 도와달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자신의 주소는 물론 이름까지 남기지 않았다. 그는 “가족들도 내 기부 사실을 모른다”고 말했다고 한다.
서울대는 “학생들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사랑의 마음을 담아 근검절약한 소중한 기부금을 주신 기부자분께 감사드린다”며 “기부자의 뜻에 따라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해당 기부금을 사용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