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김천에 살고 있는 조재훈(26)씨는 ‘분재(盆栽)’를 배우러 한 달에 한 번씩 KTX를 타고 서울에 온다고 한다. 분재는 화초나 나무를 화분에 심어 줄기나 가지를 보기 좋게 가꾸는 것이다. 조씨는 올해로 2년째 연간 200여 만원의 수강료를 내면서 분재 수업을 듣고 있다. 그는 “작년에는 향나무를 키웠는데 피톤치드 향을 맡으면서 행복해졌다”며 “사회 초년생이라 신경 쓸 게 많은데 분재를 하다 보면 잡생각이 사라지면서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2023 분재 클럽 회원 정빛나씨가 지난 15일 서울 성동구의 한 화장품 매장에서 분재를 가꾸고 있다. /김병권 기자

원래 분재는 주로 중장년층 이상의 취미 활동이었는데 최근에는 MZ 세대의 참여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18일 전해졌다. 조씨가 듣고 있는 분재 수업도 전체 수강생이 25명 안팎인데 이 가운데 절반쯤이 20~30대라고 한다. BTS 멤버인 RM이 분재를 하는 모습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전해지면서 MZ 세대가 관심을 가지게 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분재 기초를 하루 만에 배울 수 있는 강의를 하고 있는 이주연(34)씨는 “강의 참석자 절반 이상이 30대이며 젊은 부부가 함께 오는 경우도 많다”면서 “흙과 나무, 화초를 직접 손으로 만지면서 자연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 MZ 세대가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서울 강남구에서 분재원을 운영하는 에리카 방(38)씨는 “1년간 분재를 배우려면 수강료로 200만~300만원을 내야 하는데도 가입자 절반 이상이 20~30대로 채워지고 있다”면서 “MZ 세대가 반려동물인 강아지, 고양이 기르기에 이어 반려식물인 분재로 관심을 넓히고 있는데 생명체를 돌본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분재 전시회도 MZ 세대가 즐겨 찾는다고 한다. 지난 15일 서울의 한 분재원이 성수동에 팝업 스토어를 열고 ‘입춘대길 분재전’을 진행했다. 이곳에서 만난 김아인(24)씨는 “서울 한복판에서 분재를 통해 자연을 즐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김모(37)씨도 “분재를 보면서 생명의 고귀함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전시회 관계자는 “관람객의 70% 정도가 20~30대”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