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씨가 지난 1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자신들의 아들을 가르치던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해 논란이 됐던 만화가 주호민·한수자 부부가 4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심경을 밝혔다. 주호민씨 아내가 언론 인터뷰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호민씨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간 자신의 가족들이 겪은 일에 대해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본 것 같았다”고 했다.

아내 한수자씨는 “여러 비판 속 결국 남은 얘기는 장애 아동을 분리하라는 이야기였다”면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포장되어 있던 게 벗겨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두 사람은 교사의 발언을 몰래 녹음한 것은 잘못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한수자씨는 “도저히 원인을 알 수 없을 때 지푸라기 하나 잡는 처참한 기분으로 가방에 녹음기를 넣는 것”이라며 “그걸 부모가 직접 확인하는 것은 저에게도 평생의 트라우마”라고 했다.

주호민씨 부부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는 지난 1일 1심 재판에서 벌금 200만원의 선고유예를 받았다. 선고유예는 유죄가 인정되지만 정상을 참작해 형을 선고하지 않고 이후 일정 기간 다른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처벌을 면하게 하는 것이다.

동의 없는 녹취는 원칙적으로 불법이지만 1심 재판부는 주씨 부부의 행동이 아동 학대를 방지하려는 ‘정당행위’였다며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주호민씨는 자신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실을 공개했던 것에 대해서는 “그분(고 이선균씨)이 저랑 똑같은 말을 남겼다고 하더라. 많은 감정이 올라왔다”면서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는 분이지만, 추도하는 기도도 혼자 했었다”고 했다.

주호민씨가 지난 1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주호민씨는 특수교사에게 유죄가 선고된 지난 1일 인터넷 라이브 방송에서 “기사가 터지고 3일째 됐을 때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아내에게 죽겠다고 말하고 유서를 쓰기도 했다”고 밝혔었다.

주호민씨 부부는 그동안 입장을 밝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언론이 자극적인 제목을 뽑아내고 본질을 왜곡하면서 여론이 불바다가 됐다”면서 “그때는 어떤 이야기를 해도 들어주시지 않을 것 같았다”고 했다.

주호민씨는 “고통스러운 반년이었고, 판결이 나왔지만 상처만 남았다”면서 “저는 여기서 마무리되기를 바라지만 특수교사가 항소한다고 하니, 언제까지 이어질지 몰라 막막하고 괴롭다”고 했다.

이 사건은 2022년 9월 당시 9세이던 주씨의 아들이 다니던 초등학교 특수 학급 교실에서 벌어진 일이다. 주씨 아내가 아들의 외투에 녹음기를 넣어 보내 교사가 수업 중에 한 말을 몰래 녹음했다. 교사가 주씨 아들에게 “버릇이 고약하다. 너를 얘기하는 거야” “아유 싫어. 싫어 죽겠어. 너 싫다고. 정말 싫어” 등으로 말한 내용이 녹음됐다. 이후 주씨가 교사를 아동 학대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이 교사를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