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봉 산업인력공단 이사장(오른쪽)이 작년 5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2023년 국가기술 자격 실기 시험 운영 관련 브리핑에 앞서 고개숙여 사죄하고 있다. 공단은 작년 4월 23일 서울시 은평구 연서중학교에서 실시된 2023년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에 응시한 609명의 답안지를 착오로 파쇄한 사실에 대한 사과와 향후 대책을 발표했다. 2023.5.23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국가기술 자격 시험에서 응시자들의 답안지를 채점하기도 전에 파쇄해 버린 사건에 대한 법원의 강제조정 결정이 나왔다. 법원은 답안지 파쇄로 손해를 보고 민사 소송을 제기한 수험생들에게 각 150만원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1조정회부 재판부는 지난달 30일 수험생 147명이 한국산업인력공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조정기일을 열고 이 같은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강제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공단이 원고들에게 오는 29일까지 돈을 지급하도록 했으며 소송비용과 조정비용은 각자 부담하게 했다.

강제조정은 민사 소송에서 법원이 당사자들의 화해 조건을 정해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로 2주 안에 이의 신청을 하지 않으면 확정되며 이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한쪽이라도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정식 재판 절차로 돌아간다.

파쇄 사고는 작년 4월 23일 서울 은평구 연서중학교에서 실시된 ‘2023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 1회 실기시험’에서 발생했다. 당시 시험에서는 61개 종목과 수험자 609명의 답안지가 착오로 누락됐고, 채점 전 파쇄 처리됐다. 공단 본부는 시험을 치르고 한 달쯤 지나서야 채점 과정에서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조사하던 중 같은 고사장에서 분실된 답안지도 4건이나 나온 것으로 확인돼, 최종 피해자는 613명에 이른다.

산업인력공단은 사건이 처음 알려진 작년 5월 말 피해 수험생들에게 재시험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공단 측은 1인당 1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보상안을 마련해 공지했으나, 충분하지 못하다고 판단한 147명의 피해 수험생들이 집단 손해배상 소송에 참여하면서 파쇄 사건은 법정 다툼으로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