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덴버 동물원에서 보호 중인 대머리수리. 대머리수리는 다른 부위에 비해 정수리 부근이 휑하다. /덴버 동물원 제공

29일 오후 전남 광양시 광양읍에서 대머리수리가 발견됐다. 대머리수리는 한국에서도 자주 발견되지만, 이 사실이 널리 알려진 건 이 대머리수리 발목에 달린 ‘태그’ 때문이었다. 금속 재질로 된 이 태그엔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시에 위치한 ‘덴버 동물원’이 찍혀 있었다. 누리꾼들은 이 사실을 전해 듣고 “콜로라도에서 어떻게 전라도까지 왔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조선닷컴은 31일 덴버 동물원에 이 대머리수리 사진을 보내 어떻게 된 사연인지 물었다. 덴버 동물원 관계자는 “이 대머리수리는 미국에서 거기까지 날아간 게 아니다”라며 크게 웃었다. 그는 “오래 전부터 우린 몽골 지역에서 동물보존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거기에 있던 녀석이 추워서 한국으로 월동하러 내려간 것 같다”고 말했다.

30일 오전 전남 순천시 전남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서 날개뼈에 부상을 입은 대머리수리가 치료받고 있다. /전남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제공

덴버 동물원은 1997년부터 최근까지 몽골 동부 고비 사막 끄트머리의 이크 나르트(Ikh Nart) 지역에서 대머리수리와 아르갈리 양(산양) 등을 보존하고 연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대머리수리가 새끼를 낳으면 몸에 칩을 심고 이들의 움직임을 관찰해 왔다고 한다.

한국 정부도 비슷한 작업을 한 바 있다. 국립생태원은 2016년 이곳에서 대머리수리 11마리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3년 간 월동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이크 나르트에서 주로 서식하는 대머리수리는 보통 11월이 되면 하루에 약 5시간을 날아 평균 18일 걸려 한국으로 왔다. 그런 뒤 한국에서 약 130일 정도를 보내다가 4월쯤 돌아가는 것으로 분석됐다.

2011년 몽골 동부 고비 사막 끄트머리의 이크 나르트(Ikh Nart) 지역에서 대머리수리 새끼를 잡아 GPS 칩을 이식한 뒤 돌려 보내고 있는 덴버 동물원 연구자 매리 조 윌리스 /Earthwatch: Wildlife of the Mongolian Steppe 제공

이크 나르트는 겨울에 영하 40도까지 내려갈 정도로 추운 곳이다. 종합하면, 덴버 동물원의 관리를 받던 대머리수리가 추운 고향을 떠나 비교적 따뜻한(?) 한국에 와서 겨울을 나던 중 불의의 부상을 당해 전남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의 도움을 받게 된 것이다.

덴버 동물원 관계자는 “따뜻한 봄이 되면 몽골까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우리 대머리수리를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자는 이 새를 ‘Eagle’이라고 가리키며 덴버 동물원 측과 인터뷰를 했다. 덴버 동물원 관계자는 “한국에서 발견된 이 새는 ‘수리(Eagle)’가 아니라 ‘대머리수리(Vulture)’다”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한국에선 미국을 상징하는 흰머리수리든 이번에 발견된 대머리수리든 모두 독수리로 통칭해서 부르지만 이 관계자는 둘이 매우 다르다고 설명했다. 독수리의 ‘독’(禿)은 ‘대머리’라는 뜻으로, 대머리수리는 사냥능력이 부족해 다른 포식자가 사냥한 사냥물을 뺏어 먹거나 동물 사체를 먹는다. 영어로는 ‘벌처’(Vulture)다. 흰머리수리 등 스스로 사냥하는 수리가 ‘이글(Eagle)이다.

수릿과(科) 새로는 대머리수리를 비롯, 참매(Hawk), 수리(Eagles), 솔개(Kite), 개구리매(Harrier), 말똥가리(Buzzard) 등이 있다. 송골매와 황조롱이 등은 맷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