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대규모 전세 사기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이른바 ‘인천 건축왕’이 피해를 당한 임차인들에게 정부의 구제로 피해가 복구될 테니 희망을 잃지 말라고 했다.
17일 인천지법 형사1단독 오기두 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63)씨는 최후 진술을 통해 “사랑하는 임차인들과 임직원들에게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며 “아침저녁으로 피해 복구가 되기를 기다리면서 1년여간 감옥에서 설거지도 하면서 지냈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정부에서 특별법 (제정이나)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감정가 매수를 진행한다고 하니 임차인 여러분도 희망을 잃지 마시고 피해가 복구되길 간절히 희망한다”고 했다.
A씨는 인천과 경기도 일대에서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2700채를 보유해 건축왕으로 불렸다. A씨와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 등 10명은 2021년 3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91채의 전세 보증금 148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는 A씨 일당의 전세 사기 혐의 중 일부다. 이들은 372채의 전세 보증금 305억원을 가로챈 혐의로도 추가 기소됐다. 지난해 2~5월 A씨 일당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 4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다.
A씨 일당의 변호인은 무죄를 주장했다. 한 변호인은 “재판도 하기 전에 피고인들을 범죄자로 규정하고 수렁에 밀어 넣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피고인들의 공소사실에 대해 법리적인 부분을 검토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A씨에게 사기죄의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형을 구형했다. 이와 함께 범죄 수익 115억여원의 추징을 선고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2000명 이상의 세입자가 고통받고 있다”며 “그러나 피고인들은 마치 저렴한 전세보증금을 받으며 자선사업을 했던 것처럼 적반하장식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 피해자는 사회초년생이나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으로, 어렵게 마련한 전세보증금을 잃게 되면서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며 “부동산 시장 신뢰가 완전히 무너져 막대한 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에게 법정 최고형을 선고해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법정에서 발언 기회를 얻은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전세 사기 피해로) 스트레스를 받아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신 분이 있는데 아내까지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며 “이 밖에도 알려지지 않은 피해자들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제대로 판결이 나오지 않으면 더 난해한 유형으로 사기가 벌어지고 국민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며 “피고인들이 제대로 죗값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