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김모(62)씨는 지난해 가을 갑작스런 우박에 사과농사를 망칠 뻔했다. 구멍이 숭숭 뚫리고 푹 패여 상품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판매가 어렵다고 생각했다.
김씨는 “과수화상병을 잘 피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우박을 맞은거유”라며 “이참에 사과 농사를 접어야 하나 싶은 생각마저 했다니까유”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26일 충북 제천과 단양, 충주 등 북부지역에 1~3㎝의 우박이 내려 655 농가 236.7㏊에 달하는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출하를 앞둔 사과 300 농가 165㏊, 186억원가량의 피해가 발생했다.
많은 피해를 입어 시름하던 농가에 구원의 손길을 내민 건 충북도였다. 우박 피해를 입어 버려질 뻔한 사과를 도가 ‘못난이 사과’ 이름을 붙여 판매 활로를 열어준 것이다.
못난이 사과는 막걸리&못난이 김치 축제, 청남대 가을축제, 미동산 수목원, 농협충북유통 등을 통해 46t을 긴급 판매했다. 저품위 가공용 사과는 충북원협 가공공장과 농가자체설비를 통해 착즙용으로 판매됐다. 충북농기원은 이 사과를 이용해 ‘우박 맞은 사과식초’를 개발하기도 했다.
◇야심차게 내놓은 ‘못난이 상표’ 3종 세트
‘못난이’ 농산물 상표는 충북에서 생산되는 농특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높이고, 농가 소득을 올리기 위해 충북도가 등록한 지식재산이다.
상표 종류는 ‘어쩌다 못난이’, ‘착한 못난이’, ‘건강한 못난이’ 등 모두 3종이다. 농산물의 상황에 따라 상표를 달리 붙이기 위함이다.
충북도가 못난이 상표를 사용한 건 김영환 지사의 창의적 발상에서 시작됐다. 어쩔 수 없이 버려져야 하는 농산물을 상품화해 농가에는 소득을, 소비자에게는 나쁘지 않은 농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그 첫 번째 사업은 김치였다.
도는 2022년 겨울 농사가 너무 잘돼 과잉 생산 돼 판매 활로를 잃어 버려질 위기에 처한 배추를 상품화에 나섰다. 도는 이런 배추를 이용해 만든 김치에 ‘어쩌다 못난이 김치’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4월 ‘대한민국 국가브랜드대상’에서 가공식품 부문 대상을 받은 ‘어쩌다 못난이 김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300t, 11억원 상당의 판매고를 올렸고, 해외 진출에도 성공했다.
첫 사업에 성공한 충북도는 오이, 수박, 감자, 애호박, 고추, 옥수수 등 농산물부터 누룽지, 못난이 두부 등 가공식품까지 못난이 농산물을 확대하고 있다.
◇”못난이 상표 사용하세요” 신청 접수
충북도의 못난이 농산물 사업이 성공하면서 농가들의 관심도 높아졌고 문의도 점차 늘고 있다. 이에 충북도는 ‘못난이’ 상표를 각 시·군 농민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확대 사업에 나섰다.
16일 충북도 관계자는 “지난해 ‘충청북도 못난이 농산물 상표 사용 및 관리 조례’가 제정됐다”며 “이를 근거로 못난이 상표의 체계적인 관리와 활성화를 위해 상표사용 집중 신청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도는 오는 26일까지 각 시·군을 통해 못난이 농산물 상표 사용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못난이’ 상표 사용을 희망하는 농업인, 생산자단체, 농산물 판매업자 등은 신청서와 품질 우수성을 입증할 수 있는 인증서 등을 준비해 사업장 소재지 시·군청을 통해 제출하면 된다.
신청 가능 품목은 도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뿐만 아니라 축산물, 임산물, 가공 농식품 등까지 포함된다. 상표사용의 시급성이 요구되는 경우에는 집중신청기간 외에도 수시 신청 가능하도록 했다.
도는 시장·군수가 추천한 품목에 대해 ‘못난이 상표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상표 사용권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충북도는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인지도 향상과 판매활성화를 위해 온라인과 대형마트, 로컬푸드 직매장 등 온·오프라인으로 판로를 확대할 방침이다.
용미숙 농식품유통과장은 “못난이 상표 사용 품목을 못난이 농산물부터 이를 활용한 가공식품까지 확대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라며 “농민에게 안정적이고 새로운 소득원이 창출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