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아동은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가 양육할 수 없는 환경에 있어 보육원 등 아동복지시설에서 양육하는 아동이다. 매년 연말연시가 되면 보호아동이 겪는 어려움을 다룬 기사가 나오지만 변화는 느리기만 하다. 조선닷컴이 6일 보호아동을 거쳐 성인이 된 이들의 삶을 살펴봤다.
보호아동들은 불과 3년 전엔 성인이 되기도 전인 만18세에 사회에 강제로 내던져졌다. 사회로 나간 아이들은 민법상 미성년자라 취업은 물론이고 휴대폰 개통 등 일상생활 하나하나에 어려움을 겪었다. 성인에 가까운 만18세임에도 국가는 이들을 보호종료’아동’이라고 부르다 2023년부터야 자립준비’청년’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그만큼 사회가 그들에게 무관심했던 것이다.
2018년 5월 설립된 브라더스키퍼는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사회적 기업으로 안정적 일자리 및 정서적 자립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브라더스키퍼에서 일하고 있는 권용수씨(남‧27)도 보육원 출신 자립준비청년이다. 그나마 그는 아버지가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아버지와 함께 살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보육원에 맡겨져 만18세, 고등학교 3학년때 보육원에서 나왔다. 일반적으로 보육원 아이들은 다 고아라고 생각하지만 부모가 있는 경우도 많다. 부모나 친척이 꾸준히 지원을 해주느냐 여부에 따라 개인 사정이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권용수씨는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지원이 과거보다 크게 강화된 것은 인정했다. 시설에서 거주할 수 있는 연령이 당초 만18세에서 만24세까지 늘어났고, 시설 퇴소 후 5년간 매달 받을 수 있는 자립수당도 50만원으로 늘어났다. 지방정부마다 다르지만 시설 퇴소 때 자립지원금 1000만~1500만원도 지원된다. 자립준비청년 중 상당수는 시세보다 낮은 월세로 임대주택에 들어갈 수도 있다.
권용수씨는 “그럼에도 시설 퇴소 후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종종 있다. 저는 처음엔 공과금을 내야 한다는 것도 몰랐다. 지금도 하나하나 알아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반 학생들도 성인이 되면 자취 등을 하며 독립하고 싶지 않나. 시설에 거주할 수 있는 연령이 만24세까지 연장됐지만 이전에 나오는 아이들도 많다. 그런 아이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는데 도움 받을 곳이 마땅히 없다”고 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만24세 이전에 시설에서 퇴소한 청년은 사회생활 적응에 실패해 시설 재입소를 희망하더라도 재입소할 수 없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복지부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제도 개선을 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했다.
브라더스키퍼 김하나 공동대표는 진정한 자립을 위해서는 특히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하나 공동대표는 “자립준비청년과 일반청년의 취업률, 양질의 일자리 획득률 등을 비교했을 때 자립준비청년이 현저히 낮은 수치를 보인다”며 “자립준비청년에게 제공되는 주요 지원 서비스가 주로 주거와 경제적 지원 중심이고 교육이나 취업 영역과 관련해서 특화 사업이 드물다. 보호과정에서도 진로와 취업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권용수씨는 보육원 시절 취업 관련 교육은 물론이고, 사교육을 거의 받을 수 없었다. 교육 불평등이 취업 등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다.
권용수씨는 “사교육 부분은 시설마다 너무 상황이 다르다”며 “대부분 대학생들이 봉사활동을 와서 아이들을 가르쳐주는 정도다. 예를 들어 피아노가 배우고 싶은 아이가 있어도 이를 지원해주는 시설이 있고, 지원해주지 않는 시설이 있다”고 했다.
본인이 돈을 모아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수 있는 환경도 아니다. 권씨는 보육원 시절 용돈에 대해 “용돈 등도 마찬가지로 다 시설별로 상황이 다르다”면서도 “저는 초등학생 때 5000원, 중학생 때 2만원, 고등학생 때 3만원을 한 달 용돈으로 받았다. 교통비 등은 따로 지급됐지만 일반적으로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 쉽지 않다. 부모가 있는 친구들은 용돈을 지원받기도 했지만, 몰래 알바를 해서 버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당연히 보육원에서 목돈을 모아 자립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아직 시설에 머물고 있는 자립준비청년이 대학에 진학하면 문제는 더 커진다. 자립수당은 시설 퇴소 후에나 지급된다. 대학에 다니며 학비와 생활비를 모두 벌어야 한다.
2022년엔 대학교에 진학한 자립준비청년이 생활비가 부족해 시설이 관리하던 본인 명의 후원금을 몰래 빼 쓰다 적발되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도 있었다.
이처럼 자립준비청년들이 시설 퇴소 후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종종 있지만, 복지부는 자립준비청년들이 자립수당을 받는 기간인 5년 간만 극단 선택 사례 등을 집계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보호종료 후 5년 이내 자립준비청년 1만1000여명 중 2020년 7명, 2021년 2명, 2022년 7명, 2023년 3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보호종료 5년 이후에는 관련 통계가 없다. 자립준비청년들은 일반적으로 지원이 끊기는 보호종료 5년 이후에 더 큰 고립감을 느끼는데 이와 관련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2020년 복지부가 보호종료 후 5년 이내 자립준비청년 31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죽고 싶다는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이 50%나 됐다.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어려움(33.4%)이었다.
보육원 출신인 브라더스키퍼 김성민 공동대표는 인터뷰에서 “한 달에 4~5번 정도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한 친구들 소식을 접하게 된다”며 “퇴소한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보호하고 관리할 전담기관이 필요하다”고 했다.
매년 사회로 나오는 2000명가량의 자립준비청년들은 한동안은 행정당국의 관리를 받지만 이후엔 사실상 방치된다.
권용수씨는 시간을 쪼개 자신과 같은 보육원 출신 청년들의 멘토 역할도 하고 있다. 이들이 ‘고립’되지 않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권용수씨는 자립준비청년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가 많은 것에 대해 “경제적인 문제도 있지만 심리적인 문제도 크다”며 “아무래도 주변에 어려움을 터놓고 이야기 할 사람이 없지 않나. 그런 친구들이 힘들 때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멘토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주거 지원 확대도 필요하다. 부모가 있는 청년들도 자립할 때 열악한 주거 환경에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 자립준비청년 중 상당수는 시세보다 낮은 월세로 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있지만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브라더스키퍼 김하나 공동대표는 “현재 자립준비청년의 자립을 돕기 위한 제도는 대부분 자립 이후 초기 시점에 집중되어 있다”며 “그러나 가장 효과적으로 자립을 돕기 위해서는 보호과정에서 체계적인 자립 준비가 중요하다. 보호과정에서 자립준비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면 보호 종료 후 지원도 매우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한편 브라더스키퍼는 자립준비청년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대부분 자립준비청년들이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실내외 벽면녹화, 식물 인테리어, 화분 임대서비스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