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째 이어진 한파와 폭설로 22일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폭설이 내린 제주도에서는 제주공항 활주로가 얼어붙으면서 오전 8시 20분부터 7시간 40분가량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 이 때문에 이날 제주공항을 오가는 국내외 항공기 289편이 결항했고 승객 2만여 명의 발이 묶였다.
이날 제주공항은 아침부터 승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3층 출발 대합실의 항공사 안내 데스크에는 티켓을 환불받으려는 승객의 줄이 100m까지 이어졌다. 승객들이 항공사 직원과 실랑이를 하면서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서울에 사는 박모(61)씨 부부는 “공항에 도착한 뒤에야 결항 통보를 받았다”며 “숙소도 체크아웃하고 렌터카도 반납했는데 폭설로 인한 결항 가능성을 미리 공지만 했어도 대책 없이 공항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제주도에는 눈이 계속 내리면서 활주로 제설 작업도 차질을 빚었다. 제주공항은 이날 세 차례 운항 재개를 미룬 끝에 오후 4시쯤에야 활주로를 다시 열었다.
제주도에는 지난 20일부터 이날 오후 6시까지 사흘간 최대 64.9㎝ 눈이 내렸다. 이 때문에 제주공항 항공편이 21일 150여 편, 22일에는 289편 결항됐다. 제주공항이 폭설로 장시간 마비된 것은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당시에는 제주공항이 사흘간(1월 23~25일) 폐쇄돼 항공기 1200여 편이 결항했고 승객 9만7000여 명의 발이 묶였다.
22일 아침, 제주공항 3층 대합실 출발 안내 현황판 앞에는 승객 수백명이 모여 상황을 지켜봤다. 빨간 글씨로 ‘결항’ 표시가 뜰 때마다 승객들은 한숨을 쉬었다. 충북 청주에서 제주도로 단체 관광을 왔다는 오모(57)씨는 “어제(21일) 오후 청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결항하는 바람에 하루 더 제주에서 머물렀다”며 “오늘도 아침 일찍 나와 대체 항공편을 겨우 예약했는데 또다시 결항돼 난감하다”고 했다.
휴가를 나왔다가 복귀하지 못한 최모(21) 상병은 “어제 복귀할 예정이었지만 부대에 연락해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휴가를 하루 연장해 줬다”며 “예약 사이트를 계속 검색하고 있지만 아직도 대체 항공편을 구하지 못해 초조하다”고 했다.
승객 김모(55)씨는 출발 절차를 마친 뒤 청주행 항공기에 탑승해 2시간 동안 기다리다가 출발이 취소되면서 다시 내려야 했다. 그는 “애초에 탑승을 시키지 말아야 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날 제주공항의 적설량은 5.7㎝였다. 제주공항 관계자는 “제주공항은 주 활주로 1개, 보조 활주로 2개가 있는데 대부분 항공편을 주 활주로로 소화하고 있다”며 “활주로에 0.5㎝가량 눈이 쌓여도 제설 작업을 해야 하고, 제설 작업을 하면 사실상 운항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날 오후 4시 1분 싱가포르에서 출발한 여객기가 제주공항에 도착한 데 이어, 오후 4시 3분 부산행 에어부산 항공기가 출발했다. 부산행 항공기 탑승객 한모(48)씨는 “제주공항 대합실에서 8시간 넘게 초조한 마음으로 대기했다”며 “비록 예정된 시간이 아니지만 늦게나마 집으로 돌아가게 돼 다행이다”라고 했다.
임시 항공편이 편성됐지만 좌석을 구하지 못한 승객도 많았다. 가족과 함께 제주를 찾은 김모(42)씨는 “항공기 운항이 재개됐지만, 가족 4명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항공 좌석이 없어 내일 오전 항공편을 예약했다”며 “숙소를 빨리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항공사 관계자는 “23일 오전 중으로 대부분 제주를 떠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제주도에서는 교통사고도 속출했다. 오전 8시 12분쯤 제2산록도로에서 3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눈길에 오지도 가지도 못하다가 구조됐다. 또 서귀포시에서 눈길 차량 교통사고가 발생해 30대 남성이 다쳤다. 거리가 빙판으로 변하면서 이틀간 시민 19명이 낙상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무밭 50ha(약 15만평)가 얼어붙는 피해도 발생했다.
한편,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날도 전국 곳곳에서 시설물 붕괴와 수도 계량기 동파 등 피해가 잇따랐다. 충남·전북의 비닐하우스 11곳과 축사 8곳이 쌓인 눈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여객선도 이날 오전 한때 38개 항로 46척의 운항이 중단됐다. 수도 계량기 동파 사고는 지난 20일부터 이날 오후 6시까지 221건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