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재난 때 이재민 등을 돕기 위한 국민 성금을 모으고 집행하는 전국재해구호협회에서 특혜 채용과 회계 부정 등 각종 비리가 있어온 사실이 행정안전부 사무 검사를 통해 드러났다. 작년 한 해 1300억원이 넘는 성금을 모은 이 협회는 민간 단체이지만 정부에서 권한을 부여받은 법정 구호 단체다.
행안부가 지난 10월 사무 검사를 벌인 결과, 협회는 점수를 조작해 특정인을 채용하고, 국민 성금을 직원 경조비, 차량 운영비, 소송 비용 등으로 쓰는 등 각종 비리가 확인됐다.
현직인 김정희 협회 사무총장은 작년 6월 구호모금본부장과 연구소 책임 수석을 뽑는 경력직 채용 과정에서 특정인에게 특혜를 준 사실이 드러났다. 서류 심사를 앞두고 김 사무총장은 주요 보직자 회의에서 “서류 심사할 때 원사이드하게(일방적으로) 점수를 줘라” “(심사위원들에게) 아무리 잘난 놈이 들어와도 나머지는 좀 박하게 주라고 해라”라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이 지목한 두 명은 모두 채용됐다. 구호모금본부장은 총 4명이 지원했는데, 김 사무총장 언론계 후배의 동생인 김모씨가 채용됐고, 그가 20여 년 알고 지낸 지인 정모씨는 혼자 지원해 연구소에 채용됐다. 김씨는 아직까지 본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협회는 또 올 상반기 부산과 인천 등 전국 7곳에 지사를 설립해 사무국장을 뽑을 때도 특혜 채용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협회 내부에서는 7곳 중 5곳의 사무국장을 우선 채용했는데, 이들 모두 내정돼 있었다는 말이 나왔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사가 설립되기도 전에 사무국장 후보자들이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고, 이들은 지사 설립 후 그대로 채용됐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협회가 근거 규정에도 없는 ‘대외협력관’으로 강모씨를 뽑아, 그가 다니던 회사에 동향 보고와 자문 등 용역을 몰아 주고 3000여 만원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협회의 자문위원으로 있던 강씨는 다른 사람 논문 이름만 바꿔 용역 결과물로 제출하거나 용역 계약 2개월 전에 다른 사람 명의로 회사를 만들었다가 용역을 따낸 직후 폐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행안부는 이런 비리 내용 17건을 협회에 통보하고, 이 중 7건은 징계, 3건은 환수, 3건은 경고하라고 요구했다. 또 법 위반이 의심되는 김 사무총장 등 관련자들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국민 성금을 배분하는 권한을 가진 협회에서 이런 비리가 드러나, 기부에 대한 국민 신뢰가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