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초등학교 앞에서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뉴스1

올해 들어 3분기까지 태어난 아기 수는 17만명대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올해 4분기 합계출산율이 사상 처음으로 0.6명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에 부부들이 아이를 갖지 않는 이유를 정확히 파악해 저출산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렇다면 청년 세대 ‘무자녀 부부’들은 어떤 이유에서 아이 낳기를 꺼리는 걸까.

보건복지부는 7일 저녁 서울 서초구 아지토리에서 저출산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정책 과제를 발굴하기 위한 첫 번째 ‘패밀리스토밍’ 자리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특별한 자녀 계획이 없거나 자녀를 낳지 않겠다고 결정한 청년 세대 부부가 참석해 출산에 관한 자유로운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이 말한 아이를 낳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경쟁이 심한 한국 사회의 분위기’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 참가자는 “오죽하면 개근하는 아이들을 여행을 못 가는 거라고 비하하는 ‘개근거지’라는 말까지 나왔겠어요”라고 했다. 개근거지는 2019년 말부터 맘카페 등에서 확산한 단어로, 학교를 빠지지 않고 개근하는 학생은 교외 체험 학습으로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형편이 어려운 아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고, 올해 초 해외여행이 재개되자 다시 등장했다고 한다.

이처럼 아이들끼리 집안의 재력 수준까지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일부 학부모는 무리해서라도 외제차를 구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참가자는 “아이를 학교에 태우고 갔을 때 아이 기가 죽을까 봐 무리해서라도 외제차로 바꾼다는 부모들이 있다고 해 걱정이다”라고 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7일 서울 서초구 아지토리에서 열린 저출산 기획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뉴스1

긴 근로 시간 등 열악한 보육 환경을 출산하지 않는 이유로 꼽은 이들도 있었다. “아이를 돌봐주지 못할 것 같은데 나를 원망할까 봐 걱정된다” 등이다. 이 과정에서 위탁 보육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의견도 나왔다. 맞벌이의 경우,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한 참가자는 “야간근무나 교대근무라도 하면 아이를 아무 데도 맡길 수 없다”고 했다.

복지부는 관련 부처와 협의해 이 같은 무자녀 부부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은 “이러한 선택을 하게 된 사회적 배경은 무엇인지, 어떤 경험과 고민을 하면서 선택하게 된 것인지 듣는 게 인구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며 “전문가 및 청년들과 지속해서 대화하고,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관계 부처와 함께 신속히 정책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한편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누적 출생아 수는 17만7000명으로, 이는 1981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은 수준이다. 1∼3분기 기준 출생아 수는 1981년 65만7000명을 기록했지만, 이후 급감해 2002년에 30만명대로 진입한 뒤 2017년에는 27만8000명으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19만3000명으로 10만명대로 내려앉았고 올해는 이보다 1만6000명 줄어든 수준이다.

이에 따라 가임기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도 더 줄어들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3분기 합계출산율은 0.7명으로 이미 최저 수준을 기록했는데, 4분기에는 사상 처음으로 0.6명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에서는 “흑사병 창궐 이후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 시기보다 더 빠르게 한국 인구가 감소할 수 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