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당대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심문에서 비명계 민주당 권리당원과 이 대표 측이 당헌 80조를 두고 29일 법정 공방을 벌였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재판장 김우현)는 민주당원이면서 비명계 유튜버로 활동 중인 백광현씨 등이 이 대표를 상대로 낸 당대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의 첫 심문기일을 이날 오후 진행했다. 이 대표가 연이은 재판 등으로 정상적 당무를 수행할 수 없으니 당헌 80조에 근거해 직무를 정지해달라는 것이 백씨 등의 요구였다.
민주당은 당헌을 통해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으로 재판에 서게 된 당직자의 경우 직무를 즉시 정지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 당헌 80조 1항에는 ‘사무총장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각급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1항에도 불구하고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당무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내용의 예외 조항이 80조 3항에 담겨 있다.
백씨는 지난달 18일 서울남부지법에 가처분 신청서를 내면서 이 대표에 대한 대표직 직무정지 청원 3일 만에 당원 2000여명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같은 달 12일 검찰이 ‘백현동 아파트 특혜 개발’ 관련 이 대표를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것에 따른 후속 조치였다.
이날 재판에는 원고인 백씨와 원고 측 법률대리인, 피고 측 법률대리인 등이 참석했다. 피고인 이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 대표 측은 ‘당직자의 직무정지 여부는 사무총장이 재량으로 결정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 대표 측은 “당헌 80조 1항이 사무총장에 어마어마한 재량을 준 것처럼 말씀하는데 80조 1항은 단순히 기소된 경우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재량”이라며 “이런 재량을 줬다고 해서 정당 제도의 본질을 해치는 문제는 전혀 없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이 대표가 기소된 사안이 직무정지를 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의 기소인지를 사무총장이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백씨 측은 “당 대표가 임명한 사무총장이 당 대표 직무정지를 결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백씨는 “당헌 80조는 정치인들에게 부정부패를 저지르지 말 것을 경고함과 동시에 국민들에게 민주당은 기소만 돼도 직무정지시키는 엄격한 정당임을 알리는 자부심과도 같은 조항이었다”며 “사무총장에게 그런 권한을 준 적이 없고 당대표가 임명하는 사무총장이 그런 권한을 갖고 있다면 당헌 80조는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3월 22일 이 대표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을 당시에는 ‘예외조항’인 80조 3항을 적용해 당무위원회를 열고 이 대표의 직을 유지시키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백씨 측은 이번에는 당무위원회조차 생략되는 등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 측은 “당무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이유를 이 재판에서 소명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판단한다”며 “정당의 자율성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일이고, 사법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백씨는 지난 3월 이 대표가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기소됐을 당시에도 이 대표에 대한 직무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당시 법원은 “이 대표가 기소된 사건 판결 이전에 즉시 대표직에서 배제돼야 할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지난 6월 이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양측에 다음달 15일까지 의견 자료를 제출할 것을 명령하고 심문을 종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