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시간 종각역, 숨 막히는 공기 - 16일 오전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승강장의 공기질 측정 장비에 초미세 먼지 농도가 표시된 모습. 기준치의 3배가 넘는 183.8㎍/㎥이었다. /고운호 기자

초미세 먼지(PM2.5) 농도가 법정 기준치를 초과한 서울 지하철역이 34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호선 종각역은 초미세 먼지 농도가 기준치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초미세 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심혈관 질환 등을 일으킨다. 기준치는 1㎥당 50마이크로그램(㎍)이다.

17일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이 서울교통공사에서 제출받은 ‘서울 지하철 역사 공기 질 측정 데이터(올 1~8월 평균치)’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1~8호선 250개 역 중 초미세 먼지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한 역은 34곳(14%)이었다.

그래픽=정인성

이 중 1호선 종각역의 초미세 먼지 농도는 기준치의 3배가 넘는 평균 152.1㎍/㎥이었다. 환경부는 초미세 먼지 농도를 좋음·보통·나쁨·매우나쁨 등 4단계로 구분해 예보하고 있는데, 종각역 수치는 ‘매우나쁨(76㎍/㎥ 이상)’ 단계보다도 2배 이상 심각한 수준이다.

이어 1호선 종로5가역이 109.0㎍/㎥으로 다음으로 높았고, 1호선 신설동역(80.3㎍/㎥), 1호선 시청역(71.0㎍/㎥), 1호선 동묘앞역(70.5㎍/㎥) 등의 순으로 공기 질이 나빴다. 초미세 먼지 농도가 가장 높은 지하철역 10곳 중 7곳은 1호선이었고, 특히 서울시청에서 신설동까지 서울 도심 구간에 집중돼 있었다. 기준치를 초과한 역은 2호선이 9개로 가장 많았고 이어 1·4호선 각 8개, 5호선 3개, 3·6호선 각 2개씩이었다.

16일 오전, 서울 종각역 시청방향 승강장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는 가운데 천장 조명과 배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있다. /고운호 기자

유 의원은 “이 숫자도 평균치라 승객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에는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본지가 지난 13일 오전 8시 종각역에 가보니 승강장의 공기 질 측정 장비에 찍힌 ‘1시간 평균 초미세 먼지 농도’는 225.8㎍/㎥이었다. 공기청정기 12대가 가동 중이었지만 효과가 없는 셈이다. 반면에 지하철역 밖은 초미세 먼지 농도가 23㎍/㎥으로 쾌청했다.

서울 1~8호선 지하철역의 초미세 먼지 농도는 2020년 이후 해마다 상승하고 있다. 특히 1호선은 평균 농도가 2021년 38.8㎍/㎥에서 지난해 73.4㎍/㎥으로 뛰었고 올해는 8월까지 76.4㎍/㎥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승객이 늘어난 데다 시설 노후화로 공사 중인 곳도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기 질을 개선하려면 역사 내부 시설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데 누적 적자가 17조원이 넘어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