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악성민원으로 세상을 뜬 대전 초등 교사와 관련 가해 학부모가 운영한다고 알려진 대전의 한 가게 앞에 비난을 담은 시민들의 쪽지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수년간 민원을 넣었다고 지목된 학부모의 신상을 폭로하는 소셜미디어 계정이 등장했다. 이 계정은 생성된지 하루 만에 팔로워 7000여명을 넘길 정도로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다만,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무고한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지난 10일 인스타그램에는 대전 교사 사망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들의 신상을 폭로하는 계정이 만들어졌다. 계정 운영자는 ‘24년 차 여교사를 자살하게 만든 살인자와 그 자식들의 얼굴과, 사돈의 팔촌까지 공개합니다’라는 소개 글과 함께 가해자 추정 학부모들의 이름과 전화번호, 사업장, 가족 사진 등을 공개했다.

이외에도 학부모 얼굴과 영정을 합성한 사진, 학부모가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김밥 가게가 생수통 테러를 당하는 영상, 학부모의 카카오톡 메신저를 캡처한 뒤 ‘멍청한 X’ ‘웃기는 X’이라고 욕설을 한 게시물도 올라왔다.

계정 운영자는 “혹자는 선을 넘는다고 할 수 있지만 저들 때문에 남편은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다”며 “엄마는 딸을 잃었고, 두 아이는 엄마를 떠나보내며 한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방법으로 그들의 잘못을 일깨워주고 싶다”며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뿌리 뽑고 싶다”고 했다.

이 운영자는 개인정보가 담긴 게시물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네티즌의 지적에 “(신고)해볼 테면 해봐라 . 나는 만 10세 촉법소년”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계정 주소는 맘카페와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확산했고 일부 네티즌들은 “용기 있고 멋있다”, “경찰도 못 하는 걸 10세 소년이 한다” “잘했네요 박수”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해당 계정은 하루 만에 40여건의 게시물이 올라왔으며 팔로워수 7580여명을 넘겼다. 원래 계정은 11일 오전 11시쯤 폐쇄됐으나, ‘시즌2′라는 또 다른 계정이 생겨 관련 게시물들이 올라오는 상황이다.

대전 교사 사망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 신상 폭로 인스타그램 계정. 원래 계정은 팔로워 7000여명을 넘겼으나 폐쇄됐으며, '시즌 2' 계정이 새로 생성됐다./ 연합뉴스

이런 신상공개에 따른 사적제재는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사회적으로 낙인 찍히는 등의 부작용이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극단 선택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온라인에 공유돼 2차 피해를 낳은 사례가 있었다. 당시 ‘한 의원 손녀가 서이초에 다니고 있다. 학교와 경찰이 외압 때문에 사건을 덮으려 한다’는 취지의 글이 확산했고,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이 고인의 극단 선택과 연관된 인물로 거론됐다. 그러나 한기호 의원은 해당 학교에 재학 중인 손자‧손녀가 없어 이 루머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조선닷컴에 “교사들을 죽음으로 몬 용의자가 드러나지 않아 답답할 수는 있다”며 “그러나 정의를 구현하겠다는 의도는 좋아도 사적 제재는 실정법 위반이고 무고한 사람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계정 주인이 사건 관련 알고 있는 정보가 있다면 수사기관이나 언론에 제보해 엄밀한 팩트체크를 거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민간 영역에서 가해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할 경우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정보통신망법 70조 1항에 따르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개된 정보가 허위사실일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