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역·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에 이어 신림동 대낮 성폭행 살인 사건까지 흉악 범죄가 잇따르면서 20일 시민 불안은 커지고 있다. 살인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흉기 위협 사건은 연이어 벌어졌다. 정부는 순찰·경계를 강화했지만, 사건 현장을 뛸 초급 경찰의 수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에서는 지난 17일 20㎝ 길이의 회칼을 들고 다닌 6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집에서 동영상을 보는데 밖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들려 홧김에 다 죽이려고 칼을 가지고 나갔다”고 진술했다. 지난 19일엔 50대 남성이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합정역 방면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흉기를 휘둘러 승객 2명이 다치기도 했다. 이 남성은 범행 동기에 대해 “여러 사람이 날 공격하려고 해서 방어 차원에서 흉기를 휘둘렀다”고 진술했다. 그는 과거 조현병으로 치료받았으나, 2019년부터 관련 약을 먹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0일엔 신림역에서 여성 20명을 살해하겠다는 협박성 글을 인터넷에 올린 30대 남성이 검거됐다. 대전에선 야구경기에서 칼부림을 하겠다는 글을 올린 2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교통공사는 흉기 난동 범죄가 연달아 발생하자 19일 오후부터 지하철보안관 55명을 투입해 열차 내 경계근무를 강화했다. 이들은 방검복 등 기본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가스총(가스분사기)을 휴대한 상태로 근무를 선다. 보안관들은 경계 근무가 완화될 때까지 열차를 순회할 방침이다. 역 직원에게는 방검복, 방검 장갑, 후추 스프레이, 전자충격기 등 장비를 근무 시 필수적으로 착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순찰을 할 초급 경찰관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국 순경 정원은 3만8824명인데 2만1804명이 부족해 결원 비율이 56.16%로 집계됐다.
18개 시·도 경찰청 모두 순경 인력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의 경우 순경 정원이 9535명인데 실제로는 4909명만 근무하고 있다. 정원 대비 4626명이 부족해 결원 비율이 48.52%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순경 부족 현상은 전국 5대 광역시에서도 마찬가지다. 정원 대비 결원 비율이 부산 66.77%, 대구 73.53%, 대전 69.7%, 광주 74.95%, 울산 57.14%로 집계됐다.
순경 근무 인원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순경 실제 근무 인원은 2018년 2만759명에서 매년 줄어 2021년에는 1만5904명까지 감소했다. 대민 업무 스트레스와 낮은 처우 등으로 인해 조직을 떠나는 젊은 경찰이 늘고 있는 현상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순경뿐 아니라 범죄 현장에 투입되는 경장·경사도 부족하다. 현재 경장은 정원(3만1397명)보다 7793명이 부족하고, 경사는 정원(2만8679명) 중 5997명을 채우지 못한 상태다. 반면 중간 관리자급인 경위·경감은 정원보다 많다. 경위는 정원(1만7406명)보다 2만3509명이 더 많고, 경감 역시 정원(1만903명)보다 1만4003명 초과 상태다. 관리자만 많아지고 실무자는 줄어든 것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3개 계급을 관리·감독하는 계급이 8개나 있다. 사무실은 바글바글하고 현장에 나가 도둑을 잡을 인력은 없다는 얘기”라며 “계급 수를 줄이면서 실무 중심으로 승진이 이뤄지는 경찰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순경과 함께 치안 현장을 담당하던 의무경찰이 없어지면서 치안 인력이 부족해진 측면도 있다”고 했다. 의무경찰은 한때 2만5000명 규모였지만 문재인 정부 때부터 순차적으로 감축하면서 올해 5월 최종 폐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