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재현 형사판] 형사법 전문가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와 함께하는 사건 되짚어 보기. 이번 주 독자들의 관심을 끈 사건에 관해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한 단계 더 들어가 분석하고, 이가영 기자가 정리합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뉴스1

법무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전담하던 보완 수사‧재수사를 검찰에서도 일부 할 수 있도록 하는 법령 개정에 나섰습니다. 수사 지연을 해소하기 위해섭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1일 “국민은 자신의 고소‧고발 사건이 더 빨리 처리되길 바란다. 이번 수사 준칙은 정확히 그 방향”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사권 조정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반대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경찰 출신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검찰 권한을 유지하려는 번지르르하고 겉멋 든 말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이번 책임수사제 논의를 위한 검경 전문가‧정책위원협의회 위원으로 활동한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말하는 수사 준칙 개정 논의 과정, 방향에 대해 들어보겠습니다.

◇이번 수사 준칙 개정이 ‘검수원복’이란 의견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이번 수사 준칙 개정에선 한 가지만 생각했습니다. 바로 피해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고개가 끄덕여지는 수사 준칙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관찰자 시점이 아닌, 일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개정을 논의했습니다.

◇경찰에서 해온 보완 수사를 검찰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검찰의 수사권 회복인가요?

그래픽=정인성

전혀 아닙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검찰은 종래와 같이 경찰이 보완 수사를 하는 것을 원했습니다. 현실적으로 수사 인력이 부족한데다 검찰이 보완 수사까지 할 수 있도록 한다면 수사 부담이 늘어나는 일선 검사들이 반발할 수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검찰의 입장을 받아줄 수는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사기죄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경찰은 수사를 잘 마무리해서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그런데, 검찰에서 보니 공소 유지에 필요한 범죄사실의 구성 부분에 보완 수사가 필요할 때 검찰은 스스로 수사하지 않고 사건을 경찰에 보내 보완 수사를 요청합니다. 이게 개정 전 수사준칙 상황입니다.

피해자가 이런 상황을 이해할까요? 보완 수사가 필요하면 검찰이 하면 되지, 굳이 사건을 다시 경찰에 보내야 하는 상황 말입니다. 피해자인 국민이 원하는 건 신속한 수사입니다. 그리고 가해자 필벌입니다. ‘누가 수사를 하는가’는 문제 되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검사도 보완수사를 할 수 있도록 개정했습니다. 피해자가 원하는 것이 ‘개정 전 규정’일까요, 아니면 ‘개정 후 규정’일까요? 답은 너무나 자명합니다.

◇이번 준칙 개정이 경찰의 수사 종결권을 축소했다는 주장도 있던데요?

일러스트=김영석

2023년의 경찰은 일 잘하는 경찰, 국민에게 신뢰받는 경찰입니다. 그래서 경찰에게 불송치 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사법경찰관이 사건을 송치하지 않은 것이 위법 또는 부당한 때’에는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혹시나 있을 수 있는 정의의 공백을 메우도록 한 겁니다.

경찰이 재수사를 통해 위법 또는 부당을 해소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희박하지만 만일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했음에도 경찰이 방치하는 경우, 분명 정의의 공백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경우에는 검찰이 사건을 넘겨받아 마무리하도록 했습니다.

경찰 수사 종결권은 축소되지 않았습니다. 이를 원했다면 재수사 요청 규정 전반을 손봤겠죠. 이번 수사 준칙에서 재수사 요청과 관련해 개정한 부분은 하나입니다. 검찰이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있어 위법 또는 부당이 있음을 발견하고 재수사 요청을 했는데 경찰이 재수사를 이행하지 않을 때, 그 사건을 검찰이 넘겨받아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번 수사준칙 개정은 수사권을 누구에게 배분할 것인지 따지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피해자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혹시나 있을 수 있는 정의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만 따졌습니다.

과거 검경수사권 조정은 정치적 시각에서 당파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피해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검경수사권 조정에 무엇을 담아야 할지 고민할 시간이 왔다고 생각합니다.

법무부가 밝힌 수사준칙 개정안은 8월 1일부터 9월 11일까지 입법 예고기간을 거쳐 오는 1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