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 차단만 됐어도… - 지난 15일 오전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되기 5분 전 차량들이 줄지어 지하차도로 들어가고 있다. /YTN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로 인한 사망자는 17일 14명으로 늘었다. 이번 참사는 지난 15일 이 지하차도에 진입했던 차량들이 갑자기 몰려든 미호강 물에 휩쓸려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벌어졌다.

이처럼 반복되는 지하차도 참사에 대해 전문가들은 호우·홍수 경보가 발령되면 지하차도의 차량 진입을 원천 차단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동 차단 시스템을 구축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경찰 또는 지자체 인원이 차량 통제를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은 이번 참사 원인을 밝히기 위한 감찰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무조정실은 “사고 발생 시각인 15일 오전 8시 40분에 앞서 오전 7시 2분과 7시 58분에 ‘오송읍 주민 긴급 대피’와 ‘궁평지하차도 긴급 통제’를 요청하는 112 신고가 한 차례씩 있었다”면서 “사고 전 궁평2지하차도에 대한 교통 통제가 적시에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이유를 밝히겠다”고 했다. 당시 2건의 112 신고는 주민 한 명이 했고, 경찰은 궁평2지하차도가 아닌 궁평1지하차도로 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황당한 상황을 막기 위해선 비상시 지하차도의 진입을 원천 차단하는 자동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지하차도에 침수위험 자동 예측 IoT(사물인터넷)를 바로 설치해야 한다”며 “물이 일정 이상 차오르면 기계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어 안전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자동 차단 시스템이 작동되면 지하차도에 이미 진입한 차량이 고립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전문가들은 지하차도 차단이 단계적으로 이뤄지게 돼 있어 그런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자동차단 설비가 없는 경우, 지자체나 경찰을 통해 지하차도를 통제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 경우, 지하차도 내 물높이가 10㎝에 도달하면 반드시 차단하고, 10㎝에 미달하더라도 기상정보와 지하차도 CCTV, 현장 순찰을 통해 차단할 수 있게 돼 있다. 실제 이번 폭우 때 여의도 등의 지하차도가 그런 식으로 통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양진경

한편, 국무조정실은 경찰의 112 대응 외에도 미호강이 범람해 궁평2지하차도로 쏟아져 들어간 것과 관련, 미호강 임시제방 공사도 감찰할 예정이다. 국무조정실은 “모든 관련 기관이 예외 없이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관련자 징계·고발·수사 의뢰와 제도 개선 등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국조실 감찰 대상에는 청주시 대응 부분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청주시는 지난 15일 오전 폭우로 통제된 도로를 우회해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를 이용하라고 시내버스 회사들에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시가 궁평2지하차도 이용을 권장한 시각은 오전 8시 49분으로, 지하차도가 물에 잠긴 지 9분이 지난 시각이다. 지자체가 사고 전(前)은 물론 사고 직후에도 정확한 상황을 몰랐다는 것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청주시 대중교통과는 15일 오전 8시 49분쯤 단체 카카오톡 방을 통해 시내버스 업체들에 우회 노선을 통보했다. 강내면에서 미호강을 건너 오송역으로 향하는 도로가 침수되자, 버스 노선을 우회 운행하라고 했다고 한다. 이 우회 노선에는 사고가 발생한 궁평2지하차도가 포함됐다. 하지만 지하차도는 이미 오전 8시 40분 침수돼 소방 당국이 구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청주의 한 버스회사 관계자는 “15일 오전 8시 50분쯤 궁평2지하차도 쪽으로 우회해서 운행하라는 연락이 왔다”며 “청주시가 당시 사고가 있었는지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원노선이 침수됐다는 버스 기사들의 보고를 받고 업체들과 우회하는 노선을 협의한 것”이라며 “다른 부서에서 전달받은 내용이 없어 지하차도가 침수됐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다.

15일 청주시는 사고 5분 전인 오전 8시 35분 지하차도 인근 지역에 대해 ‘저지대 침수 위험이 있다’는 재난 문자를 보냈다. 또 사고 2시간 30분 뒤인 오전 11시14분에는 ‘지하차도 침수로 차량 통행이 불가하니 우회하라’는 문자를 시민에게 전송했다. 한 전문가는 “한마디로 중구난방이었던 셈”이라고 했다.

지하차도 침수 위험성에 대한 경고와 개선 필요성은 과거에도 반복해서 제기됐지만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다.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원회는 2019년과 2021년 각각 전국 지하차도의 침수 위험성을 경고하고 관계 부처에 개선을 권고했다.

감사원이 2019년 3월 공개한 ‘대도시권 지하차도 안전 관리 실태 점검’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 2018년 9월 전국 지하차도의 침수 위험 대비를 점검했다. 감사원이 설계도를 확보한 81곳 중 절반 이상(54.3%)인 44곳은 10~30년에 한 번꼴로 일어나는 호우에 침수되지 않을 정도로만 설계돼 있었다. 지하차도가 아닌 일반 도로의 설계 기준은 ‘50년에 한 번꼴로 일어나는 호우에도 침수되지 않을 정도’로 돼 있다. 지하차도 다수가 이보다 못한 설계 기준으로 지어진 것이다.

감사원은 당시 지하차도가 침수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차들이 지하차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설비를 갖춰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감사원은 지하차도 입·출구와 내부 상황을 감시하는 카메라, 비상 시 지하차도 내부와 관리소에 경보를 발령하는 설비, 자동차 진입을 차단하는 설비 등 설비 12종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권익위는 2020년 7월 부산 초량1지하차도 침수 사고를 계기로 전국 지하차도 925곳에 대한 실태 조사를 진행했다. 권익위는 2021년 7월 전국 지하차도의 침수 위험도를 평가해 위험도가 높은 곳부터 진입 차단 시설 등을 설치하라고 행정안전부·국토교통부 등에 권고했다.

그러나 행안부·국토부 등이 전담 팀(TF)을 만들어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선 것은 작년 9월이었고, 이 TF에서 만들어낸 안전 규제 강화 방안은 아직 실제 법령에 반영되지도 않은 상태다. 참사가 일어난 궁평2지하차도에는 자동 차단 시설은 없었다. 충북 도로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예산을 교부받아 시설을 설계 중이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