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도군 한 유원지에서 좋은 자리를 장기간 독점하는 이른바 ‘알박기’ 텐트 수십 동이 칼로 난도질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알박기 행위는 각 지자체 단속에도 해결되지 않은 고질적 문제였던 탓에 네티즌들은 분노보다 “속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14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는 ‘캠핑장에 나타난 닌자’라는 제목의 글이 확산하고 있다. 이달 초 한 캠핑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공유한 것으로 청도 운문댐 하류보 유원지에 설치된 텐트 여러 대를 촬영한 사진이 담겨있다. 모두 날카로운 것에 찢긴 듯 너덜너덜해진 모습이다. 큰 구멍에 옆면 전체가 뻥 뚫려버린 것도 있다.
글쓴이는 “오늘자 알박기 텐트 대참사 사건”이라며 “아무 생각 없이 찢은 게 아니라 다시는 고칠 수 없도록 디테일하게 찢은 모습이 마치 상급 닌자의 칼부림 같다”고 썼다. 이어 “원래 캠핑을 순수하게 사랑하는 분이었을 텐데 얼마나 화가 났으면 이랬을까 싶다”며 “물론 텐트를 찢은 것도 잘한 일은 아니지만 참교육에 기분이 좋다. 매너 있는 캠핑을 위해 이번을 계기로 경각심을 느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 “표창장 줘야 한다” 환호한 네티즌들, 왜?
한눈에 봐도 심각한 훼손 정도지만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닌자에게 표창장을 줘야 한다” “이게 바로 정의구현” “의인이다” “전국 캠핑장을 다 돌아주셨으면 좋겠다” “텐트 주인이 이 글을 보고 있다면 반성해야 한다” 등의 댓글도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저 알박기 텐트들은 겨울에 잔디보호 때문에 (캠핑장이) 막혀 있을 때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던 것들”이라며 “속 시원하다. 경찰들은 텐트 찢은 사람이 아닌 텐트 주인을 찾아 조사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그래도 누군가의 재산인데 정도가 심한 것 같다” “남의 것을 마음대로 훼손한 건 재물손괴에 해당하는 위법행위다”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나 이 역시 “오죽하면 그랬을까 싶다” “모두가 쓰는 곳에 알박기했으면 이 정도 각오는 했어야 한다” “과하긴 했지만 잘했단 생각이 먼저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알박기는 근절돼야 한다”는 의견이 함께 뒤따랐다.
이런 반응이 나온 이유는 그동안 유원지 알박기 행위가 몇 년째 되풀이되는 사회적 문제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알박기는 편의·수도시설이 가깝거나 풍경이 좋은 명당을 차지하기 위해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캠핑카, 텐트, 취사도구 등을 장기간 설치해 두는 행위를 말한다. 각 지자체가 주차장 유료화나 행정대집행 등 엄격한 단속으로 대응해왔지만 뿌리 뽑지는 못했다.
특히 여름철 해안가의 경우 그동안 관련 법률 부재로 사유 재산을 함부로 처리할 수 없어 매년 골머리를 앓아왔다. 다만 지난해 말 ‘해수욕장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달 28일부터 장기 방치 텐트 등을 즉각 철거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해수욕장 이용객들은 야영·취사용품 등을 무단 설치·방치할 수 없고, 만약 해당 행위로 해수욕장 이용과 관리에 지장을 주는 경우 관리기관이 행정대집행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임의 제거할 수 있다. 지자체들은 법률 시행에 맞춰 실행 지침을 마련하고 본격 해수욕장 개장 전 알박기 텐트들을 정리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