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면식 없는 또래 여성을 무참히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정유정(23)이 2일 검찰로 구속 송치되면서 포토라인에 섰지만 마스크 등으로 얼굴이 전부 가려져 신상공개 실효성 논란이 재점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취업 준비생이던 정유정은 지난달 26일 오후 5시 40분쯤 부산 금정구에 있는 피해자 B(20대)씨 집에서 미리 준비한 흉기로 피해자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유기한 혐의로 구속됐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전날(1일) 오후 7명으로 구성된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피의자 23살 정유정의 이름과 나이, 얼굴을 공개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날 포토라인에 선 정유정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마스크와 모자, 안경 등으로 얼굴 전체를 가렸다. 눈빛조차 보이지 않았다.
정유정 얼굴과 관련해서는 소녀 이미지가 강한 증명사진만 공개된 상태다.
정씨는 이날 ‘유족에게 할 말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실종 사건으로 위장하려 했느냐는 질문에는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했다.
피해자를 특정한 이유, 살인 충동을 가지게 된 시점 등 범행 관련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신상이 공개된 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12월에도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잇달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의 이름과 사진 등 신상이 공개됐지만 실제 모습과 차이가 커 논란이 됐었다.
경찰은 2019년 말부터 신상공개가 결정된 피의자가 검찰에 송치될 때 얼굴을 공개하고, 사진도 함께 배포하고 있다. 당사자가 동의하면 수의를 입은 상태의 현재 사진(머그샷)을 찍어 공개하고, 거부하면 피의자 신분증 증명사진을 공개한다. 지난해 10월 기준 신상공개가 결정된 21명 중 머그샷을 공개한 피의자는 단 한 명이었다.
이에 국회에선 흉악범 신상 공개 때 실물을 알아볼 수 있도록 최근 촬영한 얼굴 사진을 사용하도록 하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월 살인, 강간 등을 저지른 흉악범의 신상을 공개할 때 최근 30일 이내에 촬영한 얼굴 사진을 사용하도록 관련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같은 달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안 의원의 개정안은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할 때에는 피의자를 식별할 수 있도록 촬영해 공개해야 한다’는 규정을 추가하는 게 핵심이다.
안규백 의원은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피의자 얼굴을 공개하는 것은 흉악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관련 범죄 재발방지 효과를 보기 위한 것 아니겠냐”며 “현재의 신상공개 방식으로는 그런 효과를 보기가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