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가 세 번째로 시도하는 우암산 둘레길 조성을 놓고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환경 단체는 ‘보행자용 덱(deck) 길을 설치하면 나무가 훼손된다’며 둘레길 조성을 반대하는 반면, 청주시는 “나무 훼손은 없을 것”이라며 사업 추진 방침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암산(해발 353m)은 청주 도심의 허파와 같은 시민 휴식처다. 산세가 험하지 않아 어린이도 오를 수 있고, 대한성공회 수동교회에서부터 청주랜드까지 우암산을 가로질러 이어지는 순환도로는 청주시 풍광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다. 중간에 전망대도 있고, 도로변 인도를 따라 걸으며 우암산 정취를 감상할 수 있다.
청주시는 오는 11월까지 충북도비 75억원, 청주시비 25억원 등 총 100억원을 투입해 우암산 순환도로 내 삼일공원에서 청주랜드까지 4.2㎞ 구간에 ‘우암산 둘레길’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보행로를 정비하고, 삼일공원부터 우암산 근린공원 앞까지 2.3㎞ 구간에 평균 폭 2m 보행자용 덱을 만들고 경관 조명과 편의 시설도 갖출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2m인 보행로가 4m로 넓어져 통행이 수월해지므로 시민들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우암산 둘레길 조성을 시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처음 추진된 것은 지난 2011년. 당시 청주시는 양방향 통행 중인 우암산 순환도로를 일방통행으로 바꾸고, 보행자를 위한 보도를 확장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우암산 순환도로가 변경되면 차량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민들의 반대와 교통영향평가에 부딪혀 둘레길 조성이 무산됐다. 이에 청주시는 2014년 3월 삼일공원~국립청주박물관~우암산 터널을 잇는 숲길 3.6㎞만 조성했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2020년 다시 우암산 둘레길 조성을 추진했다. 둘레길 조성과 함께 순환도로는 일방통행으로 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하지만 교통 불편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반발로 또 제동이 걸렸다.
이번이 세 번째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기존 순환도로는 그대로 둔 채 우암산 둘레길만 조성하는 쪽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그런데도 환경 단체들이 ‘나무 훼손’을 이유로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와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은 “덱이 설치되는 구간에 왕벚나무와 잣나무, 개나리 등 나무 2400여 그루가 있는데 공사 과정에서 키가 작은 관목류는 대부분 훼손될 것”이라며 “우암산 생태계가 망가질 수 있는 만큼 둘레길 조성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주시 측은 “덱을 설치할 때 상판에 구멍을 뚫어 기존 나무를 보호하는 등 수목 훼손을 최소화하려고 한다”며 “대부분 관목을 옮기고 가로수 훼손도 없을 것이며, 시민 단체가 현장에서 감시해도 좋다”고 맞서고 있다.
양측 갈등에 시민들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시민 박정식(62)씨는 “우암산 주변 보행로를 넓히면 환경이 훼손될 것”이라며 “곳곳에 카페가 들어서 산 주변 경관이 예전만 못한데 더 손을 대면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반면 회사원 김홍규(53)씨는 “환경 훼손을 줄이면서 잘 꾸민다면 현재 비좁은 산책로가 넓어져 더 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찾게 될 것”이라고 했다.
청주시는 사전 설문조사에서 시민 70%가 찬성한 만큼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는 지난달부터 우암산 둘레길 예정지 내 일부 보도를 교체하기 시작했다. 또 우암산 둘레길 구간에 편입될 토지·지장물 보상 계획을 공고하며 사업을 서두르고 있다.
전문가들도 보행로 개선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존 보행로가 좁아서 성인 두세 명이 장애 없이 지나가려면 폭이 최소 2.4m 정도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원호성 서원대 건축학과 교수는 “환경 훼손을 줄이면서 방문객을 늘리려면 공공을 위한 협업이 필수적”이라며 “환경 단체는 잘 감시하고, 지자체는 의견을 잘 수렴해 사업을 추진한다면 우암산 둘레길이 청주의 새로운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