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7시 30분 ‘김포골드라인’ 풍무역. 김포를 거쳐 서울 김포공항역으로 향하는 열차에는 이미 100여 명이 탔는데, 이 역에서만 수십 명이 한꺼번에 열차에 탑승했다. 곳곳에서 “밀지 마세요” “그만 밀어요”라고 했지만, 출근 승객들은 계속 열차에 올랐다. 이날 김포에서 서울로 가는 김포골드라인 열차는 종점인 김포공항역에 도착할 때까지 승객이 늘어만 갔다. 이렇게 열차 한 량에 250명이 빽빽이 들어찼다. 승객 누구도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한 승객은 “조금만 잘못해도 압사할 것 같아 가슴 졸였다”고 했다.
핼러윈 참사가 일어난 지 6개월이 지났어도 생활 속 인파 사고 위험은 여전했다. 김포골드라인 승객들은 매일 압사 위험에 시달렸다. 핼러윈 참사 당시 군중 밀집도는 1㎡당 9~10명이었다. 열차 한 량에 250~300명이 탄 김포골드라인은 1㎡당 7~8명이었다. 열차에 좌석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핼러윈 참사와 다름없는 군중 밀집도인 셈이다.
실제로 지난 11일 오전에는 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에서 10대 여고생과 30대 여성이 호흡 곤란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김포공항역 환승 통로에서 안전 관리를 맡은 김모(75)씨는 “이틀에 1명꼴로 호흡 곤란을 호소하는 모습을 본다”고 했다.
승객이 실신할 정도로 높은 혼잡도가 지속되자 국토교통부는 내년 9월까지 김포골드라인에 열차 5대를 더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출퇴근 때마다 이 열차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당장 내일이 불안하다고 했다. 김포골드라인 홈페이지에는 “당장이라도 압사 사고가 터질 것 같다”며 밀집도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민원이 잇따라 올라온다.
역사에서 만난 김포 시민들은 무리임을 알지만 열차에 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열차 한 칸에 문이 둘뿐인데, 특히 풍무역과 고촌역에서 타려는 사람은 억지로 승객들을 밀어내야 열차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김포에서 여의도로 매일 출근하는 이모(36)씨는 “열차를 타려면 지하철 4~5대는 보내야 한다”며 “월요일이나 비나 눈 오는 날은 더 혼잡하다”고 했다. 열차에 오르려는 인파 때문에 이미 타고 있던 승객이 튕겨져 나오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주민들은 “왜 우리가 이런 지옥철을 감내해야 하느냐”며 분노했다. 풍무역에서 을지로입구역으로 출근하는 4개월 차 임신부 박모(35)씨는 “풍무역에서 탈 때부터 이미 만원 상태라 임신부석에 앉아 갈 기대는 하지도 않는다”며 “열차를 타기만 해도 다행”이라고 했다. 주민 이모(77)씨는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이 선거 전에 지옥철을 체험하고 문제를 지적하길래 해결될 줄 알았는데 변한 게 없다”면서 “사고가 한번 크게 나야 뭐라도 바뀔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작년 1월 김포골드라인을 타보고 “젊은 세대가 많이 사는데 출퇴근이 굉장히 힘들겠다”고 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김포골드라인을 타본 뒤 “양계장 같다”고 했다.
김포시에 따르면 두 량짜리 김포골드라인 열차 한 칸이 수송할 수 있는 적정 인원은 86명, 최다 수송 인원은 115명이다. 하지만 김포도시철도 노동조합에 따르면 실제 출퇴근길 평균 이용자는 280명으로, 최고 수송 능력의 배 이상이 타고 있다. 지난 2월 김포골드라인 출근 시간대 일평균 승객 수는 7만7000명이었지만, 3월에는 7만8000여 명으로 1000명가량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김포골드라인 운영사와 김포시, 정부는 당장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애초에 역 승강장을 두 량 크기로 설계한 탓에 열차를 더 이어 늘릴 수도 없다.
김포골드라인은 당초 3량 열차가 들어올 수 있는 승강장으로 계획됐다. 시의회에서는 인구 증가로 열차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4량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제한된 사업비와 수익성 등을 이유로 지금처럼 작은 두 량짜리 승강장을 건설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열차를 이어 붙여 운용하려면 역을 새로 지어야 한다는 뜻이다. 수요 예측에 실패했다는 지적에 대해 김포시 관계자는 “예측에 실패한 건 아니고, 출퇴근 시간에만 붐비는 것”이라고 했다.
열차 자체의 안전성도 문제다. 열차에 승객이 과하게 타다 보니 지연과 고장도 잇따랐다. 김포도시철도 노조와 오강현 김포시의회 부의장에 따르면 2021~2022년 김포골드라인에서 발생한 장애는 총 1769건이었다. 열차가 20분 이상 지연된 경우만 올해 들어 두 차례가 넘었다.
전문가들은 배차 간격을 줄이거나 대체 교통편을 일부 늘리는 것만으로 ‘지옥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애초에 승강장을 작게 짓다 보니 임시방편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며 “김포에서 서울을 잇는 GTX 건설이나 지하철 5호선 연장, 버스전용차로 개설 같은 근본 대책이 필요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가까운 시일에 국토부와 함께 현장에 가서 해결책을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재선 김포도시철도 노조위원장은 “출퇴근길 김포공항역은 환승 통로가 있는 지하 2층부터 골드라인 탑승구가 있는 지하 4층까지 2개 층이 승객으로 꽉 차 있다”며 “이태원 참사 같은 압사 사고나 화재라도 난다면 대책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