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주최로 2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에서 열린 '민생파탄·검찰독재 윤석열 심판 투쟁선포대회'에서 양경수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호루라기를 부는 상징의식을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2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인근에서 민주노총이 대규모 집회를 연 가운데, 인근의 도서관과 어린이병원에 있던 시민들이 집회 소음으로 큰 고통을 겪었다.

이날 ‘3.25 행동의 날’ 집회를 연 민주노총 등의 단체는 오후 4시 호루라기 공동 행동을 계획했다. 서울 곳곳에 흩어진 집회 인원들이 동시 다발로 레드카드를 들고 호루라기를 불기로 약속한 것이다.

계획보다 30분 앞선 오후 3시 30분이 되자,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캠퍼스 앞에 마련된 무대 위에서 한 사회자는 “다들 호루라기 받았죠?” “이제 윤석열 정권에 대한 경고의 호루라기를 불자”고 외쳤다. 그러자 집회 참가자들이 일제히 호루라기를 3~4초간 3회 불었다.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앰프에서는 사이렌 소리가 30초간 울리기도 했다.

집회 장소 인근인 서울 종로구 연건동에서 약 20여년 거주해온 나모(56)씨는 “그동안 집회를 자주 겪었지만, 오늘처럼 호루라기에 사이렌까지 울린 건 처음이라 큰 일이 난 줄 알고 깜짝 놀랐다”며 “여기서 호루라기를 불면 정부가 아니라 애꿎은 주민들만 불안하고 고통스럽다”고 했다.

반나절 넘게 이어진 집회 소음으로 일대에 위치한 서울대 어린이병원과 한국방송통신대 중앙도서관에 있던 시민들도 큰 불편을 겪었다. 대학생 선모(27)씨는 “재취업 준비 때문에 코딩 공부하던 중이었는데 시끄러워서 집 근처 카페로 이동하려고 한다”고 했다. 한국방송통신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는 서모(54)씨도 “곧 중간고사 기간인데, 도서관 건물에 들락날락하는 집회 참가자들 때문에 소란스럽고 불편했다”고 했다.

서울대 어린이병원에 자녀가 입원해 있는 곽모(47)씨는 “병원 밖 대로에서 하는 집회 소리가 병원 안까지 들렸다”며 “같은 병실을 쓰는 아이들과 부모들은 크게 스트레스를 받아서 창문 다 닫고 있었다”고 했다. 서울대 어린이병원에 자녀가 입원해 있는 이모(32)씨도 “소음 때문인지 아이가 계속 울어서 유모차 끌고 하루 종일 병원 안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