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4일 부산 해운대구 좌동 도시철도 2호선 장산역 인근 횡단보도 앞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내건 현수막이 4개 걸려 있다. 작년 12월 옥외광고물법이 개정돼 지자체 허가나 신고 없이 정당 현수막을 설치할 수 있게 되면서 거리 곳곳에 현수막이 내걸려 불편하다는 시민들의 민원이 늘어나고 있다. /김동환 기자

부산 시내에 우후죽순 걸렸던 정당 현수막이 당분간 사라질 전망이다. 부산 지역 여야가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의 성공적 유치를 위해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 방문 기간에는 정당 현수막을 걸지 않기로 뜻을 모은 것이다.

21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BIE 실사기간(4월 2~7일)까지 시내에 정당 현수막을 걸지 않기로 했다. 이미 걸려 있는 현수막의 경우 국민의힘은 오는 24일까지, 민주당은 내달 1일 전까지는 철거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대신 엑스포 유치를 지지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기로 했다.

이 같은 결정은 난립하는 정치 현수막이 실사단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부산 일대에는 상대 정당을 비방하는 내용의 현수막들이 여기저기 매달린 상황이다. 지자체 허가나 신고 없이 정당 명의 현수막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작년 12월부터 시행되면서, 현수막이 공해 수준으로 걸린 것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정당 현수막은 허가나 신고 대상이 아니어서 현수막이 얼마나 걸려있는지 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결국 부산시가 지난달 24일부터 각 구·군 의회와 여야 부산시당에 공문을 보내 현수막 철거 협조를 요청했고, 정치권이 여기에 응하면서 합의가 이뤄졌다.

국민의힘 부산시당 관계자는 조선닷컴에 “정당 현수막이 도시 미관을 해치고, 실사단이 상대 정당을 비난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보고 ‘무슨 말이냐’고 통역관에게 물어보면 엑스포 유치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서은숙 민주당 시당위원장은 “엑스포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행사이지 않나. 협조할 건 협조해야 한다는 생각에 18개 지역위원회에도 일시적으로 현수막을 철거하자고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정의당과 진보당도 현수막 자제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