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의전화와 전국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등 전국 690개 여성단체가 2018년 10월 2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국가의 가정폭력 대응 강력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고성민 기자

지난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된 여성이 최소 86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의전화가 2022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언론에 보도된 사건을 분석해 7일 발표한 결과다.

이외에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살인미수 등으로 살아남은 여성은 최소 225명으로 나타났고, 피해 여성의 자녀나 부모, 친구 등 주변인이 중상을 입거나 생명을 잃은 경우도 최소 61명에 달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최소 1.17일에 1명의 여성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해있으며, 주변인의 피해까지 포함하면 최소 0.98일에 1명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통계는 언론에 보도된 최소한의 수치로, 실제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사건을 포함하면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당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한 여성의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총 372명의 피해자 중 연령대를 파악할 수 있는 159명의 피해자 연령대를 분석했을 때, 피해자 연령대는 40대가 25.79%(41명)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20대가 21.38%(34명), 30대가 17.61%(28명)로 나타났다. 이어 50대는 14.47%(23명), 60대는 10.06%(16명)로 나타났으며 10대는 6.29%(10명), 70대 이상은 4.4%(7명)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 살해(살인 및 살인미수)는 20대~30대에서 주로 발생한다는 통념과 달리 여성 살해는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에게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가해자가 진술한 범행 동기를 분석한 결과 ‘이혼·결별을 요구하거나 재결합·만남을 거부해서’가 98명(26.3%)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다른 남성과의 관계에 대한 의심 등 이를 문제 삼아’ 61명(16.4%), ‘홧김에, 싸우다가 우발적’ 48명(12.9%), ‘자신을 무시해서’ 19명(5.1%), ‘성관계를 거부해서’ 7명(1.9%) 순으로 나타났다.

기타의 경우로는 가해자의 폭력을 신고·고소해서, 거액의 보험금을 수령하기 위해서, 빚이 있다는 것을 아내에게 들통 나서 등이 있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러한 범행 동기는 여성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지 않을 때 살인을 저질러도 된다는 인식을 공통으로 드러내고 있다”며 “친밀한 관계 내 여성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소유물로 보는 가부장적 관점이 여전히 보편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2009년부터 2022년까지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 살해 피해자는 최소 1241명이다. 살인미수 등까지 포함하면 2609명, 피해자의 주변인까지 포함하면 3205명이다.

한국여성의전화는 “14년간 최소 1.96일에 1명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식 통계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와 관련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의 특성을 반영한 여성폭력 통계 마련 △가정폭력처벌법 목적조항을 ‘가정보호’에서 ‘피해자 인권보장’으로 개정 △스토킹처벌법에 피해자보호명령제도 마련 △피해자 주변인에 대한 신변보호 등 법·제도적 보호조치 마련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