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인 정모군의 고교 학폭 문제로 임기 하루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학폭 사건으로 강제 전학 처분을 받은 정군은 현재 서울대에 재학 중인데, 이를 두고 온라인에서는 “학폭 가해자가 어떻게 서울대에 진학했냐”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정 변호사는 “정시 전형으로 합격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군은 2017년 한 유명 기숙형 자립형사립고에 입학해 동급생이던 A군에게 1년 동안 학교 폭력을 가했다. 이듬해 학교폭력위원회에 회부돼 2018년 3월 전학 처분을 받았다. 정 변호사는 전학 취소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를 신청하며 법적 조치를 취했지만, 1심과 2심, 대법원 모두 기각돼 정군은 2019년 2월 전학 조치됐다. 이듬해 정군은 서울대에 입학했다.

정순신 변호사/TV조선

이를 두고 온라인에서는 전학 처분을 받은 정군이 어떻게 서울대에 입학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이어졌다. 정씨는 25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은 정시 전형으로 합격했다. 강제전학을 갔기 때문에 (학폭 결과를 반영하는) 수시로 대학에 갈 수 없었다”고 밝혔다.

‘2020학년도 서울대 정시모집 일반전형’을 보면 사범대 체육교육과(수능 80%+실기 20%)를 제외하고 모든 모집 단위에서 ‘수능 100%’로 신입생 선발했다.

'2020학년도 서울대 정시모집 일반전형'

학내·외 징계는 감점 자료로 사용한다고 기재돼 있다. 또 징계 여부 및 사유를 확인하기 위해 추가 서류를 요청할 수 있다고도 적혀 있다. 그러나 서울대가 정군의 강제 전학 처분을 감점 요소로 반영했는지, 반영했다면 그 비율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다.

정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아들 문제로 국민들이 걱정하시는 상황이 생겼고 이러한 흠결을 가지고서는 국가수사본부장이라는 중책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국가수사본부장 지원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어 “아들 문제로 송구하고 피해자와 그 부모님께 다시 한번 용서를 구한다”며 “가족 모두 두고두고 반성하면서 살겠다”고 했다.

하지만 피해 학생이 정신적 고통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등 정상적인 학업 생활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公憤)이 커지고 있다. 인사 검증 부실 논란도 거세다. 국수본부장은 경찰청장이 추천하면, 행안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러나 정군의 학폭 사건이 5년 전 이미 보도된 적 있는데도, 경찰청 등에서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경찰청은 “자녀 사생활이라 검증 과정에서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후임자 추천 시에는 이런 점까지 고려해 더욱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했다.

정군이 자사고 시절 소셜미디어에 쓴 글도 온라인에선 화제가 됐다. 과거 정치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좌파·우파 개념에 지나치게 몰입했음을 보여주는 글들이었다.

5년 전 정군의 학폭 관련 KBS 보도 내용을 보면, 정군은 피해 학생에게 “좌파 빨갱이”, “제주도에서 온 돼지”라고 폭언을 했다. 또 평소 친구들에게는 당시 고위 검사였던 정 변호사에 대해 “아빠는 아는 사람이 많다” “판사랑 친하면 재판에서 무조건 승소한다”고 말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