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려인들은 동물병원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거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진료비 정보를 얻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해외에서는 진료비 정보를 최대한 소비자들에게 공개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 중인 곳도 많다.
미국은 소규모 동물병원을 인증하는 기관인 ‘AAHA(미국동물병원협회·American Animal Hospital Association)’에서 동물병원 진료비를 조사해 평균 비용을 공개하는 ‘평균 진료 비용 공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개별 병원들이 평균 비용을 의무적으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들이 동물병원에서 진료비를 쉽게 비교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독일·오스트리아에는 ‘진료 수가제’가 도입돼 있다. 특정 진료에 따라 이 정도를 받을 수 있다는 기준을 둔 것이다. 독일은 작년 기준 1000여 가지 항목에 수가제를 적용했다. 다만 질병의 치료 난도나 소요 시간 등에 따라 정해진 수가의 최대 3배까지는 진료비를 받을 수 있다.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정해진 수가 미만으로 진료비를 낮추는 것도 금지한다.
국내에선 미국과 유사한 해법을 준비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작년 10개 진료 항목(외이염, 아토피성 피부염 등)에 대해 명칭과 진료 절차 등을 표준화했고, 올해 말까지 60여 개, 2024년까지 100여 개를 표준화할 방침이다. 표준을 넘어서면 ‘과잉 진료’라고 판단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1월부터는 수의사가 2명 이상인 병원에 진찰비, 입원비, 엑스선 촬영비 등 주요 진료비 게시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수의사가 2명 이상인 병원은 전체 약 4900곳 중 1300곳 안팎(작년 6월 기준)에 불과하고, 수의사가 1명인 병원은 내년부터 대상이다. 또 ‘슬개골 탈구 수술’ 등과 같은 구체적인 항목은 게시 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한계다.
이웅종 연암대 동물보호계열 교수는 “골절 등 동물이 많이 받는 수술부터 비용을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국민건강보험과 같은 동물의료보험 도입을 검토해야 진료비 부담이 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