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에 사는 손모(40)씨는 작년 10월 초등학교 5학년 아들과 친한 친구 6명을 모아 사설 ‘그룹 성교육 강의’를 듣게 했다. 그는 “남자 강사와 편안한 공간에서 얘기하다 보니 아들이 엄마에게 말하기 어려운 내용까지 꺼내가며 적극적으로 교육을 받았다”며 “당시에도 사람이 몰려 예약을 하고도 10개월이 지나서야 겨우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올해도 아들에게 이 수업을 한 번 듣게 할 계획이다.
최근 학생·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사설 성교육 강의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미성년자들 사이의 성희롱·성폭력이나 미성년자의 임신 등이 잇따라 사회적 문제가 되는 데다,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통해 유해 콘텐츠를 접하거나 디지털 성범죄에 연루되는 경우도 많아서다. N번방 사건 등이 일례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 대응하는 데 학교 등 공교육에서 받는 교육이 충분하지 않다고 여기는 학부모가 많다. 성교육마저도 사교육에 의지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업체들에서는 ‘피임과 책임’ 등 기존 성교육에서 다루는 내용뿐만 아니라 디지털 환경에서 벌어지는 위험한 상황을 알려주고 그에 맞는 대처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아이들에게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다가 어떤 성적 콘텐츠를 마주쳤는지’ ‘성착취물을 어떤 정도까지 접해봤는지’ ‘익명으로 질문하는 어플로 성적인 대화를 해봤는지’ 등을 묻고, 해결 및 대응 방법을 설명한다고 한다. 강의 후에는 학부모에게 아이가 어떤 경로를 통해 유해 콘텐츠를 접했는지와 성 관련 지식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주면서 교육 시 주의해야 할 점을 알려준다.
인천에 사는 김민영(38)씨는 작년 초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학부모들과 함께, 중학교 진학을 앞둔 아이들에게 한 사설 성교육 업체 강의를 듣게 했다. 그는 “대학 수강신청 하는 것처럼 예약 사이트에서 ‘광클(빛의 속도로 클릭한다는 의미)’을 해서 겨우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며 “수업 이후 아이들 상황에 맞춰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알려주는 게 좋았다”고 했다.
성 관련 문제가 확산할수록 학부모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서울의 한 사설 성교육 업체 A사의 수업은 주말의 경우 2025년 2월까지 예약이 마감돼 있어 현재 주말은 예약을 받지 않는다. 평일도 11개월 뒤에나 예약이 가능하다. 이곳은 초등학교~고등학교 남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데 2~6명의 학생이 한 그룹을 이뤄 2시간가량 교육을 받는 비용만 40만~45만원에 달하지만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연령별로 맞춤 성교육을 진행하는 또 다른 B사의 경우도 지난 8일에 3월분 강의 예약을 받았는데, 단 5분 만에 모든 강의가 마감됐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공교육에서도 성교육 비중을 더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성 문제는 개인의 내밀한 사연까지 다뤄야 하는 경우가 많아 소규모로 심층적인 대화를 할 필요가 큰데, 일선 학교에서는 현실적으로 이런 교육이 어렵다는 것이다. 장경은 경희대 생활과학대학 아동가정학과장은 “공교육보다 사교육이 강조되면 정말 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은 가정 환경이나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사각지대에 놓일 수도 있다”며 “최대한 검증을 거쳐 아이들에게 맞는 방법과 내용으로 전달되는 교육이 제일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