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이 한 그릇에 5000원쯤 할 때는 마음 편하게 먹었는데, 7000원이 되니 그렇게 하기가 힘드네...”

2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북쪽 담벼락 인근에서 장기를 두던 오대경(81)씨는 공원 주변 식당 밥값이 너무 올랐다고 했다. 경기 성남시에 사는 그는 공원을 찾는 사람들과 어울려 장기를 두러 종종 이곳에 오는데, 예전에는 근처 식당에서 순댓국 등을 자주 사먹었다. 하지만 고물가 탓에 이날도 안국역 인근의 서울노인복지센터에 가서 한 끼 4000원짜리 밥을 먹고 걸어서 탑골공원에 왔다고 한다.

전국에 한파특보가 내려진 25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무료급식소를 찾은 노인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2023.1.25 /연합뉴스

‘노인들의 성지’로도 불리기도 하는 탑골공원도 고물가 찬바람을 피해가지 못했다. 재료비·가스비 등이 치솟으면서 어르신들이 즐겨 찾던 공원 인근 식당 밥값이 줄줄이 올라, 가뜩이나 주머니가 얇았던 어르신들이 잔뜩 움츠러들고 있다. 도심보다 저렴한 식당이 많아 이 일대에서 지인들을 만나 식사도 하는 게 이들의 낙이었다. 어르신들이 즐겨 가는 기원도 작년 7월 하루 이용료가 40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랐다. 어르신들 사이에선 “탑골도 이제 못 오겠다”는 반응이 많다.

실제 이날 둘러본 공원 인근 식당들의 메뉴판은 덕지덕지 테이프나 종이가 붙은 것이 많았다. 고물가로 메뉴판이나 간판에 적힌 식사 가격을 고쳐 쓴 탓이다. 국밥집이 즐비한 낙원상가 일대 이른바 국밥골목 가게들도 2021년과 작년, 해마다 잇따라 1000원 안팎씩 1인분 가격을 올렸다고 한다. 돼지국밥 한 그릇이 현재 7000원쯤이다. 거기다 식당들 사이에선 “곧 밥값을 또 올려야 할 것 같다”는 반응도 나온다.

2일 배식 시작 30분 전인 11시 무료급식을 기다리는 노인들이 탑골공원 담장 지나 공원 내부까지 줄을 서있는 모습이다. 원각사 무료급식소는 노인이나 노숙자 등 하루 280명에게 무료급식을 제공 중이다../서유성 기자

한 순댓국 가게 사장 이모(69)씨는 “우리는 온종일 국물을 우려내야 하는데 재료비가 오르더니 가스비까지 치솟아 너무 어렵다”며 “가스비도 기존에 한 달 150만원 나오던 것이 이제는 200만원 가까이 나온다”고 했다. 또 다른 식당 운영자 이진희(50)씨는 “안주 가격을 2000원씩 올렸더니 어르신들 발길이 줄더라”면서 “어르신들은 500원, 1000원만 올라도 엄청 민감해하신다”고 했다.

대신 탑골공원의 무료 급식소는 연일 인산인해다. 여기서 나눠주는 빵이나 떡, 두유 등을 집에 가져가 저녁까지 해결하는 사람도 많다. 경기 부천에서 매일 지하철을 타고 이곳 무료 급식소에 온다는 최홍석(81)씨도 “10시 반에 나와 밥만 먹고 집으로 돌아간다”며 “11월에는 4만원 나오던 난방비가 지금은 10만원이나 나와 병원비 빼면 여기 안 오면 밥도 먹기 힘들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