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경찰이 만취해 길에 누운 50대 남성 A씨를 거리에 두고 철수하는 모습(왼쪽)과 잠시 뒤 A씨가 바로 옆 골목으로 자리를 옮겨 누운 모습. A씨는 이 골목에서 차에 밟혀 숨졌다./MBC

술에 취해 골목에 누워있던 남성이 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전 신고를 받고 현장에 간 경찰은 누워있는 행인을 놔둔 채 철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1일 서울 동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오후 8시45분쯤 동대문구 휘경동 한 골목에서 50대 남성 A씨가 지나가던 승합차에 치여 숨졌다. A씨는 당시 만취한 상태였다.

경찰관 2명은 사고 발생 45분 전 ‘길에 사람이 누워있다’는 시민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갔지만, A씨를 길에 그대로 남겨둔 채 맞은편에 세워둔 순찰차로 돌아왔다.

이들 경찰관은 사고 발생 순간까지 맞은편 차 안에 앉아 있었다.

MBC가 공개한 CCTV 영상을 보면 A씨는 사고 당일 오후 7시52분쯤 사고 현장 인근에 나타난다. 몸을 제대로 못 가누던 A씨는 바닥에 드러누웠고, 약 17분 후인 오후 8시9분쯤 경찰이 도착했다. 경찰관들은 A씨를 흔들어 깨우고 대화를 시도했지만 A씨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경찰관들은 6분 만인 8시15분쯤 철수했다.

이후 A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비틀비틀 걸음을 옮겼다. 사고 발생 골목에 진입한 A씨는 다시 바닥으로 쓰러지듯 누웠다. 약 10분 뒤 이 골목으로 한 차량이 진입했고, A씨를 밟고 지나갔다가 곧바로 멈췄다. A씨는 119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지다가 숨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를 깨우려고 했지만 도움이 필요 없다고 완강하게 거부해 주변에서 지켜보려고 한 것 같다”며 “당시 출동 경찰의 조치가 미흡했던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경찰은 사망 사고를 낸 60대 승합차 운전자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현장 출동 경찰관들은 감찰 조사한 뒤 입건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