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위례신도시 사건 피의자로 28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검사의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은 진술서로 갈음할 수밖에 없음을 양지해 달라”며 ‘진술서’를 제출했다. “귀 청의 소환에 응하여 아래와 같이 진술합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A4용지 33장 분량의 글이다. 이 대표가 그간 제기된 의혹에 대해 언론 등에 밝혔던 해명을 요약했다.

이 대표는 ‘천화동인 1호 실소유’ 의혹에 대해서는 몇 가지 사실관계를 들며 “터무니없는 모략적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배임(背任) 혐의에 대해서는 법리적으로 접근하며 반박했다. “배임죄는 시장이 의무에 반하여 시에 손해를 입히고 타인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라며, 대장동 사업을 ‘민관 공동개발’로 한 것은 “시장의 의무가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진술서 곳곳엔 이 대표의 ‘경제관(經濟觀)’을 엿볼 수 있는 표현도 발견된다. 이 대표는 2015년 대장동 개발을 설계할 때 고정 이익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당시 부동산 경기가 엄청 나쁘고 미분양이 속출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혀 왔다. 부동산값 폭등이 예상되지 않던 시점에서 고정 이익부터 확정했고, 대장동 개발사업이 ‘대박’이 난 뒤엔 추가적인 이익도 환수했다는 게 이 대표 주장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 및 위례 개발 비리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2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진술서에서 이 의혹을 다시 해명하면서 ‘부동산 시장 전망’을 바라보는 이 대표의 시각을 짐작할 만한 대목이 나온다. 이런 내용이다. “부동산은 일반적 예측을 벗어나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으며, 단순 등락을 넘어 폭등하거나 폭락할 수도 있습니다. 집값 폭등으로 대혼란을 겪다 몇 달 만에 집값 폭락으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지금의 현실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미래의 경기를 정확히 예지하는 것은 신의 영역입니다.”

“돈은 마귀와 같다”는 표현도 진술서에 나온다. 위례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민간 투자자와 공사의 수익 배분을 ‘비율 배당’으로 정한 사실을 ‘후회’한다는 취지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제가 평소 강조하는 것처럼 돈은 마귀이고, 부모형제까지 갈라놓을 만큼 힘이 셉니다. 수익배분을 비율로 정할 경우 사업을 주도하는 민간사업자 측의 비용 부풀리기와 이익 빼돌리기는 예상되는 일이므로, 비율 배당은 피하고 비율이 낮더라도 배당 몫을 사전 확정해야 한다는 저의 지론입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조사받으러 나온 이 대표 측에 점심으로 한우 사골곰탕 세 그릇과 두부 부침, 시래기전을 제공했다. 서초동 인근 한식당 ‘세병관’에 오전 11시 59분쯤 배달 주문을 했고, 식대는 도합 6만3000원이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