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앞둔 17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한국은행 경기본부(경기남부 17개 시 관할)에서 직원들이 지역 시중은행으로 배분될 설 자금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요즘엔 결혼식 가면 무조건 축의금 5만 원이니까 세뱃돈도 비슷하게 형성되는 것 같긴 한데, 시댁과 친정 합해 조카만 15명인데 이걸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최근 물가가 고공행진하며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세뱃돈 물가’마저 올라 세뱃돈 고민을 토로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고물가, 고금리로 주머니가 얇아지면서 설 명절 세뱃돈 금액이 어른들의 고민거리가 된 것이다.

22일 한화생명이 임직원 209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날 및 세뱃돈’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세뱃돈 적정금액은 ▲초등학생 이하 3만원 ▲중학생 5만원 ▲고등학생 및 대학생 10만원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한화생명이 10년 전(2013년 1월) 임직원 9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초등학생 이하 1만원, 중학생 3만원, 고등학생 및 대학생 5만원이라는 답변의 비중이 가장 컸었다. 10년 만에 세뱃돈 적정 금액이 2~3배 뛴 것이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적정 세뱃돈을 5만원이라고 답한 이들이 가장 많았다. 여론조사업체 네이트Q가 최근 성인남녀 6044명을 대상으로 ‘당신이 생각하는 적당한 세뱃돈 금액’을 물었더니 응답자 43%(2640명)가 5만원으로 답했다. ‘성의만큼 액수도 중요하다’며 10만원을 꼽은 응답자도 10%(610명)에 달했다.

안지선 SK컴즈 미디어서비스 팀장은 “이어지는 경기침체 여파와 팍팍해진 가계 살림에도 불구, 올 설 명절 역시 ‘신사임당’이 대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고스란히 명절 스트레스로 이어졌다. 인크루트 회원 828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명절 스트레스 이유 1위(21.8%)는 ‘명절 비용 지출’이 차지했다. 명절 비용 지출이 얼마나 부담스럽냐는 질문에 매우 부담(12.8%), 약감 부담(34.2%), 보통(32.7%)이라는 응답이 대다수였다. 부담스럽지 않다는 응답은 20.3%에 그쳤다.

세뱃돈 액수에 대한 고민이 늘면서 최근 가수 이적은 “조카에게 5만원을 쥐여주고 뒤돌아서 후회로 몸부림쳤던 수많은 이들, 만원짜리로 쥐어주면 모양 안 사는데 3만원 권이 나오면 딱 꺼내주기 좋겠다”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안 주고 안 받기’를 원칙으로 삼는 이들도 있다. 직장인 이모(40대)씨는 “조카들에게는 세뱃돈을 주지 않기로 형제끼리 합의했다”며 “차라리 그 돈으로 부모님 용돈을 더 보태고, 외식이라도 하는 게 더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