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브로커로부터 허위로 뇌전증을 앓는 것처럼 꾸며 병역을 피하는 방법을 배워 실제 군 복무를 하지 않은 혐의로 검찰이 현역 프로축구 선수 두 사람을 수사 중이다. 앞서 프로배구 선수 조재성(27·OK금융그룹)씨도 검찰 수사 대상이 된 후 지난달 28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혐의를 인정했다. 축구·배구뿐만 아니라 승마·볼링 등 다른 스포츠 종목과 헬스 트레이너, 래퍼 등 다양한 분야에서 뇌전증을 빌미로 병역을 기피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어 검찰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 사건을 합동 수사 중인 검찰과 병무청은 최근까지 K리그 유명 구단에서 뛰었던 A씨를 이 같은 혐의로 수사 중이다. 축구계 등에 따르면 A씨는 최근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받아 이적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이적이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또 K리그2(2부 리그)에서 활동하는 선수 B씨도 같은 혐의로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28일 혐의를 인정한 조씨 또한 사건 이후 모든 훈련에서 배제됐다. 조 씨는 지난 4일 예정보다 하루 일찍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한국배구연맹(KOVO)은 6일 조씨에 대해 2022-2023 V리그 올스타 출전권을 박탈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이들은 포털 사이트 등을 통해 알게 된 병역 브로커 구모(47)씨를 통해 병역을 기피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고, 그 대가로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쓴 수법은 뇌전증을 앓는 시늉을 해 진단을 받은 뒤, 이를 근거로 병역 신체검사를 거쳐 사회복무요원(4급) 판정을 받는 것이었다. 뇌전증은 뇌 손상으로 인해 발생한 뇌신경 질환으로, 과거 간질로 불렸다. 브로커 구씨는 허위 뇌전증 수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1인당 많게는 수천만원씩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이 사건은 병무청 특별사법경찰관과 검사 1명이 맡았다. 하지만 구속된 구씨에 대한 수사 등을 통해 여러 분야에서 병역을 기피한 사람들이 있다는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자 검찰은 검사 5명을 추가 투입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의 범행에 협조하거나 연관이 있는 의료진 등에 대해서도 수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