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와 집주인인 동거녀 살해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이 4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기영(31)이 지난해 8월 집주인인 동거녀를 살해하고도 매달 외부 인력을 불러 집안을 청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4일 일산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이 집을 방문한 여성들은 현재 일주일 동안 잠깐 머물렀던 여성 지인, 청소도우미, 이씨의 어머니, 어머니의 지인 등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도우미는 주기적으로 집에 방문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해당 청소도우미는 동거녀가 살해된 뒤 한 달에 12회 이 집을 방문해 청소했으나 이씨의 범죄행각을 알아채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주일 동안 동거한 여성 지인의 경우 최초 택시기사 시신을 발견한 여자친구와는 다른 제3의 여자친구라는 의혹이 있었으나 경찰 관계자는 “사정상 머물렀을 뿐 연인 관계는 아니었다”고 했다. 이씨의 어머니는 이씨가 경찰에 체포된 이후 물건을 챙기기 위해 집안에 들어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의 어머니가 거동이 불편해 지인과 함께 방문했다고 한다.

앞서 경찰은 이씨의 파주시 집에서 확보된 혈흔에서 여성 2명의 DNA가 검출됐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회신을 받았다. 이 집을 방문한 여성들의 DNA를 보냈고, 대조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씨는 이날 강도살인 및 살인, 사체유기, 사체은닉, 절도, 사기, 여신전문금융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기존에는 동거녀와 택시 기사에 대한 살인 혐의만 적용됐었으나 택시 기사를 살해할 당시 이씨의 재정 문제 등 전반적인 정황을 토대로 강도살인 혐의가 추가됐다. 강도살인죄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의 처벌을 받을 수 있어 살인보다 훨씬 죄가 무겁다.

이씨는 이날 오전 9시쯤 경찰서에서 검찰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일산동부경찰서 정문 앞에서 포토라인에 선 이씨는 “피해자 유가족에게 할 말 없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답한 뒤, 이어 “무엇이 죄송하냐”는 추가 물음에는 “살인해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추가 피해자는 없느냐”는 질문에는 “없습니다”라고 했다.

이씨는 지난해 8월 7∼8일 사이 파주시 집에서 동거하던 50대 여성을 둔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파주시 공릉천변에 매장한 혐의를 받는다. 또 지난해 12월 20일 오후 11시쯤 음주운전으로 택시와 접촉사고를 낸 뒤 60대 택시 기사를 같은 집으로 데려 와 둔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옷장에 유기한 혐의도 받는다. 오랜 기간 수입도 없이 지내고 생활고를 겪던 이씨가 합의금을 줄 의사가 애초에 없었던 것으로 보이며, 택시 기사를 살해하고 나서 몇 시간 뒤에 바로 4500만원의 대출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특히 이씨는 두 건의 범행 직후 모두 피해자들의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대출을 받았으며, 편취액은 약 7000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뒤에도 경찰은 동거녀 시신을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을 계속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