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진행하고 있는 이른바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가 오는 3일로 1년째가 된다. 시민들 역시 지난 1년간 지하철 운행 지연 등으로 인한 불편을 겪어 왔다. 전장연은 지난달 말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자신들이 주장해 온 장애인 권리예산 일부가 반영되면서 출근길 시위를 유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최종적으로 증액 예산이 통과되려면 기획재정부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했다.

2일 오전 7시반쯤 전장연은 4호선 삼각지역 숙대입구역 방향 1-1 승강장과 신용산 방향 10-4 승강장에서 순차적으로 승하차를 반복했다. 2022.12.2/뉴스1 ⓒ News1 유민주 기자

전장연이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시작한 것은 ‘세계 장애인의 날’인 지난해 12월 3일부터였다. 이들은 오전 7~9시 열차 출입문에 휠체어를 세우거나, 바닥에 기어 열차에 타는 방식 등으로 지하철 출발을 지연 시켜왔다. 2일 기준, 전장연은 총 47회가 넘게 출근길 시위를 해왔다.

이들의 주장은 “국가가 장애인 이동권, 노동권 예산 등을 포함한 장애인 권리 예산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실제 전장연 측의 요구는 지난달 중순 국회 보건복지위와 환경노동위 등 상임위원회별 내년도 예산안 예비 심사에서 반영되기도 했다. 보건복지위는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중증장애인에 활동 지원사 지원) 등 복지부 소관 장애인 예산을 정부안 대비 6350억여원 증액했다. 환경노동위도 장애인 근로지원 예산을 정부안 대비 256억여원 확대 편성했다.

전장연은 이 같은 결과에 “복지위에서 예산이 의미있게 반영됐다”며 “희망을 갖고 11월 17일까지 출근길 시위를 중단하겠다”고 했다. 전장연의 시위가 지하철 운행 지연을 일으키고 시민 불편을 가져온다는 비판도 컸지만, 국회에서 장애인 관련 예산 논의가 활발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 것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9일 오후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와의 만남을 요구하며 조계사 대웅전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다. (전장연 제공)

그러나 전장연의 시위 중단은 오래가지 않았다. 전장연 측은 지난달 21일 출근길 선전전에서 “예결위(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논의가 남았는데 최종적으로 예산이 통과하려면 기재부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기재부의 행태로 미뤄봤을 때 예결위에서 기재부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며 시위 재개 의사를 밝혔다. 현재 내년도 예산안 심사는 국회에서 진행 중이다. 예산안 최종 통과를 위해 출근길 시위를 재개해 기재부를 압박하겠다는 취지다. 이들은 예산 증액과 동시에 장애인들의 시외 이동을 돕는 장애인 콜택시 등 특별교통수단과 저상버스 법제화도 주장하고 있다.

실제 2일 오전에도 이들의 출근길 탑승 시위가 진행됐다. 기존에 전장연 회원들이 지하철을 타고 역을 이동하는 시위 방식이 아니라, 삼각지역 승강장에 도착하는 열차마다 70여명의 회원들이 탔다가 내리는 식의 시위 방식을 택했다. 계속되는 출근길 시위에 시민들 불만도 커지고 있다. 직장인 최모(32)씨는 “기존에는 ‘장애인들도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권리가 있다’는 식으로 주장하며 탑승을 해 경찰도 어쩔 수 없었겠지만 이번에는 의도적으로 운행을 방해한 것이 아니냐”라며 “왜 제대로 막지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출근길 지하철 시위와 관련된 불법 행위 수사는 진행 중인 상태다. 지난 1년간 서울교통공사는 전장연 측을 업무 방해 등으로 수차례 고발했고, 서울 남대문경찰서가 수사를 담당하고 있다. 남대문서는 지난 1일 전장연 측 활동가 11명에 대해 업무방해와 기차교통방해, 도로교통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전장연 수사 대상자 28명 가운데 24명을 조사했고 그 중 11명을 검찰에 넘긴 것이다.

그러나 단체를 이끌고 있는 박경석 대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경찰 조사조차 시작되지 않았다. 박 대표는 2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남대문경찰서에서 22건의 출석 요구서가 왔다”며 “경찰서가 장애인이 이용할 정당한 편의시설을 다 설치하면 자진출두해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경찰 수사를 피하기 위한 지나친 변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장연 수사가 병합된 남대문경찰서에는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이미 설치되어 있는데, 다른 편의시설까지 모두 갖춰야 조사를 받겠다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