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당일 군중을 밀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토끼 머리띠' 남성으로 지목된 A씨가 2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 /인스타그램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이태원 참사 당시 군중을 고의로 밀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일명 ‘토끼 머리띠’ 남성을 조사했다.

3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참사 당일 토끼머리띠를 착용한 남성 A씨를 1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사고 당시 골목길에 있었는지와 실제 인파를 밀었는지 등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참사 전 자신의 이동 경로를 제시하며 의혹을 부인했다고 한다.

A씨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그는 2일 인스타그램에 “어제 경찰서 가서 조사받았고, CCTV 영상에서 저와 친구가 사고 현장을 빠져나오는 시간이 오후 9시 50분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이어 “교통카드도 제 것이라는 걸 확인해주셨고, 그 외 모든 증거를 제출하고 왔다”며 “이제 코난놀이 그만 좀…”이라고 했다.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의 주인공이 된 듯 범인을 찾으려는 네티즌들의 행위를 멈춰 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A씨는 경찰 조사 전에도 자신이 ‘토끼 머리띠’ 남성으로 지목되자 지하철 교통카드 사용 내역을 증거로 제시하며 “마녀사냥을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 참사 당일 토끼머리띠를 착용하고 이태원을 방문한 건 맞지만, 사고가 났을 때에는 이미 그곳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오후 9시 55분 이태원역에서 승차해 10시 17분 합정역에서 내린 지하철 사용 내역을 공개했다. 소방당국에 최초 신고가 접수된 밤 10시 15분보다 앞서 이태원을 떠났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참사 발생 직후 온라인에는 ‘5~6명의 무리가 밀기 시작했다’ ‘토끼머리띠를 한 남성이 밀라고 소리쳤다’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경찰은 참사의 진상을 파악하고자 관련 의혹의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A씨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그 일환이다.

경찰은 A씨 외에도 참사 당시 군중을 밀었다는 의혹이 나온 토끼 머리띠를 한 여성의 신원을 특정해 소재를 파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