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사상자 대다수는 핼러윈 축제를 즐기러 온 10~30대였다. 핼러윈 문화의 급속한 확산 속에서 핼러윈에 친숙해질 기회가 많았던 ‘MZ세대’가 이번 참사의 주된 피해자가 됐다.

3년 만에 거리두기 없는 핼러윈 축제가 시작된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가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뉴스1

2000년대만 해도 한국에서 핼러윈 축제는 미국 유학 경험자나 국내 체류 미국인, 주한 미군 등이 주로 즐겼다. 서양에서도 미국 정도만 핼러윈을 떠들썩하게 보냈다. 그런데 2010년대 들어 ‘핼러윈’을 검색하는 한국 네티즌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사용자의 관심사를 보여주는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한국 네티즌들은 2010년부터 매년 10월이면 ‘핼러윈’ 검색 빈도를 크게 늘렸다.

그 무렵 영어 유치원이나 키즈 카페, 캠핑장 등에서 어린이와 그 부모들을 대상으로 핼러윈 파티를 열기 시작했다.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핼러윈 파티 의상과 도구 준비에 부담감을 느낀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젊은 층에도 화려한 의상을 입고 술을 마시며 밤새 떠들썩하게 즐기는 핼러윈 문화가 확산됐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은 지난해 핼러윈 기간(10월 29~31일) 전국에서 맥주·양주가 가장 많이 팔린 곳이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어린이들이 핼러윈 때 귀신 분장을 하는 풍습과, 일본의 의상 놀이인 ‘코스프레’가 결합하기도 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어렸을 때 핼러윈을 경험해본 ‘MZ세대’에게 핼러윈은 자연스럽게 ‘글로벌 문화’이자 ‘명절’로 다가왔다”고 했다. 핼러윈은 천주교 축일인 11월 1일 ‘모든 성인 대축일’의 전날 밤을 뜻한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일어나기 하루 전인 지난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관광특구 일대가 핼러윈을 즐기러 나온 인파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MZ세대가 사진·동영상 공유 앱인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에 몰입하는 것도 핼러윈 유행에 기름을 부었다. 화려하게 꾸며 입은 핼러윈 의상을 소셜미디어에 경쟁적으로 올리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에 ‘#할로윈’ 해시태그를 달고 올라온 게시물은 235만건에 달한다. 이은희 인하대 교수는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즐기고 싶은 놀이 문화가 있으면 무엇이건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10·20대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코스프레’를 보여주면서 소셜미디어가 핼러윈 문화 확산의 매개체가 됐다”고 했다. MZ세대엔 핼러윈이 크리스마스보다 더 큰 축제가 된 셈이다.

기업 마케팅도 핼러윈 확산에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에선 2012년부터 유통업체와 호텔, 놀이공원 등이 관련 제품을 내놓거나 대규모 파티를 열며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지방자치단체들도 관광객 유치의 일환으로 앞다퉈 핼러윈 축제를 개최했다. 올해도 주요 백화점과 호텔 등이 핼러윈 행사를 기획했지만 이번 참사로 취소하거나 중단했다.

특히 이태원은 ‘핼러윈을 즐기는 공간’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외국인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외국 같은 핼러윈을 즐길 수 있다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올해는 3년 만에 ‘노 마스크’ 핼러윈 축제가 열린 만큼 MZ세대가 전례 없이 많이 몰렸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에는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 중인데도 핼러윈 기간(금·토요일)에 약 8만9000여 명이 이태원역을 이용했다. 올해는 참사가 벌어진 날을 포함한 금·토요일에 지난해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난 19만여 명이 이태원역을 이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