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월 퇴근 시간대에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버스 운행을 정지시키고 불법 집회를 연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가 18일 법원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양환승 부장판사는 “시민들이 이용하는 버스 운행을 방해하는 행위는 권리를 남용해 다른 사람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장연 대표처럼 신고 없이 집회를 연 것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명확한 처벌 규정이 있어 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집회 신고를 한 뒤 실제 집회를 열 때, 경찰이 지정한 시간이나 장소를 벗어나는 경우에 대해서는 처벌 규정이 없어 현장에선 혼선이 크다. 이런 사각지대를 악용하는 시위대도 늘고 있다. 서울 시내에서 집회를 담당하는 한 경찰은 “인도에서 집회를 한다고 신고를 해놓고 나중에 차로까지 점거하길래 ‘두 개 차선은 비워달라’ ‘교통 방해하면 안 된다’고 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는 게 일상”이라며 “그 일대 교통이 마비돼도 손쓸 방법이 없다”고 했다.

경찰과 전문가들은 국내에선 집회·시위가 ‘허가제’가 아니라 사전에 신고를 하면 원칙적으로 집회 등이 가능한 ‘신고제’인 탓에 제재를 할 방법이 많지 않다고 지적한다. 반면 프랑스는 차로에서 집회는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3일 전에 신고를 하고 장소를 명확히 해야 허가를 해준다. 공공질서를 해칠 가능성이 있는데도 해산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징역 1년 또는 최대 1만5000유로(약 2100만원)의 벌금을 매길 수 있게 돼 있다.

영국은 심각한 혼란이 생길 상황으로 판단하면 경찰서장이 최대 3개월 동안 행진을 금지할 수 있다.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공공 도로에서 시위·행진을 열 때는 사전에 경찰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보행자 또는 차량 이동에 지장이 크면 행진을 금지할 수도 있다. 일본도 교통 질서 유지, 진로 방해 금지 등을 조건으로 집회·시위를 허가제로 운영한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 주최자에 대해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5만엔(47만원) 이하의 벌금을 매길 수 있다.

이런 점을 반영해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 등은 지난 7월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경찰이 교통을 원활하게 하는 차원에서 집회 장소를 제한할 때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으로 처벌할 수 있는 내용 등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