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일 오후 7시쯤 세종시 한 보행자 도로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던 중학교 2학년생 A(14)군이 보도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던 70대 노인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구급차가 출동해 두 사람을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노인은 끝내 숨졌다고 한다. 현행법상 전동 킥보드는 최소 오토바이 면허라도 있어야 하는데, 이 면허는 만 16세 이상부터 발급받을 수 있다. 무면허 운전으로 인한 사망 사고인 셈이다. A군은 당시 의무인 헬멧 착용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경찰은 그를 입건해 수사 중이다.

전동 킥보드(이하 킥보드) 사고로 전국에서 인명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6일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소방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킥보드 사고가 나 구급차로 병원으로 옮겨진 사람은 2020년 3720명에서 작년 5247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1~7월에 3578명으로 이미 2020년 수준에 달했다. 킥보드 사고 탓에 하루 17명이 구급차로 병원에 실려가는 셈이다. 또 킥보드 사고로 인한 사망자도 2020년 10명에서 작년 19명, 부상자는 같은 기간 985명에서 1901명으로 각각 2배 안팎이 됐다.

킥보드 사고 유형을 보면 무면허에 음주, 역주행, 뺑소니까지 각종 불법 요소가 나타나고 있다. 거기다 킥보드를 주로 타는 게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낮은 편인 10~20대 청소년·대학생 등이라는 것도 문제다. 킥보드가 사실상 ‘도로 위 무법자’가 돼 인명 피해가 빠르게 늘고 있는데도, 기존 안전 규제나 경찰·지자체 단속은 이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란 것이다.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신도림역 인근에서는 킥보드 뺑소니가 발생했는데 경찰이 50대 가해자를 체포하는 데 3일이나 걸렸다. 당시 이 킥보드 운전자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남성을 치고 도주했는데, 사고를 당한 남성은 쇄골과 목뼈 등 골절상을 입고 하반신 마비 위험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번호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고가 나도 골목 등으로 쉽게 도망갈 수 있어 잡기가 어렵다”고 했다.

사고가 10~20대에 집중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작년과 올해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 중 60~70%가 20대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1~7월의 경우 10대 이하는 1361명, 20대는 1139명으로 10대 환자가 더 많았다. 면허가 없고 안전 수칙도 숙지하지 않은 채 흥미로 킥보드를 탔다가 사고가 나는 경우가 태반이다. 공유 킥보드를 운영하는 업체 대부분이 주행 이전에 면허 소지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다 보니, 어린 학생들의 무면허 운전을 막지 못하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달 30일 경기 군포시 한 도로에서는 중학생인 박모(15)양과 성모(14)양 등 3명이 킥보드 1대에 동시에 올라타 운전하다 스타렉스 차량과 부딪히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이 역시 헬멧 착용 위반에 무면허 운전이었다. 지난 5월에는 서울 강남구에서 20대 2명이 전동 킥보드에 동승해 신호를 위반하고 운전하다가 맞은편에서 오던 SUV 차량과 충돌해 2명 모두 목숨을 잃는 사고도 있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전동 킥보드를 운전할 때는 안전모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고, 2인 이상이 함께 주행해서는 안 된다. 주행 속도는 시속 25km까지로 제한된다. 그러나 도로와 인도에서 순식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데다, 대학가는 물론 번화가와 주택가 등 곳곳에 킥보드가 퍼져 있어 단속이 어려운 상황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속도 규정을 낮춰서 최대 시속 20km 아래로 조정해야 현재 규제 수준에서 반복되는 인명 피해와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홍기원 의원은 “전동 킥보드를 별개의 교통수단으로 법제화해, 기기 등록부터 운전 지침, 주차 구역 등을 관리해야 한다”며 “이런 내용을 담은 ‘전동킥보드법’을 대표 발의한 만큼 신속한 법 통과가 필요하다”고 했다.